제3편, 베트남의 달리기 환경 II
직전 글에서 언급한 바 있듯, 베트남은 한국에 비해 마땅한 달리기 장소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이러한 단점 덕분에 한국에서는 모르고 있던 달리기의 새로운 재미 요소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인터넷과 구글 지도를 뒤적여 가며 뛰기 좋은 장소를 발굴하고 다니는 것이다. 약 1년 간 하노이 여기저기를 쏘다닌 결과 달리기를 하기 괜찮은 장소 몇 군데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하노이의 달리기 명소들을 포함하여 필자가 새롭게 발견한 장소들을 소개 및 평가하려 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이지만 나름의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3가지의 평가 기준을 설정하였으며 이는 각각 접근성과 쾌적함, 재미이다.
접근성 : 거주자가 많은 미딩 또는 서호 기준 거리와 이동 편의성, 시간 제약이 점수에 포함된다. 아무리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해외여행까지 와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여 여행자 숙소가 많은 호안끼엠 호 기준 거리는 고려하지 않았다.
쾌적함 : 쾌적함은 다시 5가지 세부 기준의 종합 점수로 평가한다. 첫째, 차 또는 사람들로 혼잡하지는 않은가? 둘째, 노면 상태가 고르고 충분히 넓은가? 셋째, 중간중간 달리기를 방해하는 방해물이 없는가? 넷째, 달리는 도중에 쓰레기를 태우는 냄새나 물 비린내가 나지는 않는가? 다섯째, 충분한 그늘이 있는가?
재미 : 매우 주관적인 요소이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달리기 장소는 한 바퀴 거리가 길어서 반복에서 오는 지루함이 적고,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특히 혼자 장거리를 뛸 때 주변에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있고 없고는 재미와 활력 유지에서 천지 차이이다.
접근성 2/5, 쾌적함 4/5, 재미 4/5 || 1 LAP 1.7km || 위치
하노이의 여행 명소 호안끼엠 호수를 따라서 달리는 코스로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는, 모두가 알다시피 한 곳이다. 그러나 미딩 거주자에게는 오토바이로 30분이 넘는 거리에 있고 서호 거주자에게도 위치에 따라 만만찮은 거리이다. 주말에만 차량 통행이 통제가 되기 때문에 평일에는 이용할 수 없고, 주말에도 오전 7시 이후부터 항시 현지인과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마음먹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서 달려야 하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주말 아침 일찍 달리기를 시작할 수만 있다면 하노이에서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다. 하노이 거주하다 보면 호안끼엠 호수는 셀 수 없이 많이 가는 곳이지만 여행지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 때문인지 언제 가서 달리기를 하더라도 지루할 틈이 없다. 또한, 넓고 평평한 도로 덕분에 하노이의 많은 러너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뛰면서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달리기를 끝낸 뒤 인근 여행자 거리의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와 든든한 반미 샌드위치를 즐긴 후 집으로 돌아오면 주말 하루의 시작이 여간 알차고 개운한 것이 아니다.
접근성 4/5, 쾌적함 3/5, 재미 2/5 || 1 LAP 1.3km || 위치
미딩에서 오토바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타잉쑤언 공원은 매일 저녁 산책과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으로, 미딩 지역 거주자가 평일 저녁에 달리기를 하기에 가장 좋은 곳 중 하나이다. 가로등 시설도 잘 되어있어 밤 10시까지는 거뜬히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비교적 노면도 고르고 호수를 낀 공원 특유의 물 비린내도 적은 편이나, 길이 협소하고 저녁 기준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이다 보니 앞뒷사람과 부딪히지 않도록 달리는 동안 신경을 계속 곤두세워야 하고 페이스가 자주 깨지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무리하지 않고 5km, 약 30분 정도를 뛴다고 할 때, 3번째 바퀴부터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 바퀴 길이가 호안끼엠 호수와 비교하면 많이 짧지는 않지만 호안끼엠 호수에서보다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이유는 배부른 소리이지만 접근성이 너무 좋은 나머지 달리면서 보이는 풍경이 지나치게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접근성 2/5, 쾌적함 2/5, 재미 3/5 || 1 LAP 4.3km || 위치
미딩에서 오토바이로 남쪽으로 20분을 내려가면 도착하는 린담 호수는 하노이에서 장거리 코스 달리기를 하고 싶을 때 고려해 볼 수 있는 장소이다. 그러나 20분이면 미딩에서도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며 서호에서 출발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다. 이곳은 두 개의 커다란 호수가 맞붙어 도넛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이 중 인적이 있는 곳은 큰 호수로, 한 바퀴가 무려 4.3km나 된다. 따라서 큰 호수만 한두 바퀴 돌아도 충분한 운동이 되지만 이보다 더 긴 코스를 원한다면 두 호수를 가로지르는 대로를 통과하여 작은 호수로 넘어가면 전체 약 8km 정도의 코스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10km 이상 달리기를 할 때 이곳을 이용한다면 덜 지루하게 뛸 수 있다. 단, 작은 호수로 넘어가기 위해 대로를 건널 때에는 반드시 속도를 늦추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편, 린담 호수의 달리기 환경은 다른 곳과 대비하여 좋은 편은 아니다. 주말 오전 기준, 일부 구간에서 호수에서 물 비린내 또는 쓰레기 태우는 냄새가 심한 편이며, 호숫가 곳곳에 의자를 펴놓고 음료를 파는 사람들과 거대하게 자란 나무들이 달리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작은 호수는 큰 호수에 비해 정비가 덜 되어 있어 노면 상태나 악취 등의 환경이 더 좋지 않다. 그리고 가로등 시설이 미흡하여 저녁에 뛰기에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단점들이 큰 호수만 뛴다면 엄청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작은 호수에서는 체감이 큰 편이다.
접근성 3/5, 쾌적함 3/5, 재미 3/5 || 1 LAP 1.3km || 위치
역시 미딩에서 오토바이로 남쪽으로 약 15분 정도를 내려가면 갈 수 있는 곳이다. 막상 구글 지도를 따라왔어도 이곳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은데 The Manor Central Park 단지 Manor 2 거리에서 건축물 잔해들로 막혀 있는 곳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된다. 들어가면 우측에 큰 주차장이 보이는데 정작 주차된 차는 없고 커다란 연을 날리는 사람들이나 오토바이 타는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보인다. 여기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서 한 바퀴 빙 둘러서 뛸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이차선 도로이기는 하지만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서 뛰면 크게 위험하지 않고 항상 시끌벅적한 하노이에서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으며, 도로포장도 잘 되어 있어 달리기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적잖게 있다. 한 바퀴 길이는 타인쑤언 공원과 비슷하지만 이곳에는 전문 달리기 꾼들이 많이 찾아와 그들의 달리기를 지켜보면서 달리는 재미가 있다. 도로 주변은 온통 수풀로 가득하여 경치와 공기가 괜찮은 편이지만 반대로 그늘진 곳과 가로등 시설이 거의 없고, 때때로 수풀을 불로 태워 심한 연기를 발생시키는 사람들이 있는 점은 약간 아쉽다. 또한, 직선 구간이 거의 없고 대부분 곡선 구간이라서 장거리 달리기 시 한쪽 다리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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