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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보 Dec 15. 2021

창작자들의 편지

김재훈, 김재억

고무줄 작업의 시작부터 줄곧 함께 생각을 나눈 창작자들이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평상시의 대화도 잘 통하고 음주취향까지도 잘 맞는 친구이자 동료이다. 이들이 안무가 혹은 고무줄 작업에게 짧은 글귀를 보내왔다. 아주 사적이지만 그들의 마음과 세심한 글을 공유한다.



 김재훈 사운드디자이너의 글 


박종선 목수의 인터뷰를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다. 


 “(중략) 시작부터 비우는 것, 이게 서양적이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채웠다가 비우는 것에 가까워요. 충분히 담아보고 나서 비우는 것, 그게 바로 우리의 심플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함께 작업해 온 안무가 전보람의 공간이면 시리즈를 떠올렸다. 그녀는 시공간을 그녀의 생각으로 채웠다가 점차 그녀가 아닌 관객 혹은 누군가의 일상의 영역을 넓혀가는 방식으로 무대 공간의 이면을 제시하며 되려 작품의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움직임과 선과 가끔의 침묵을 가지고. 

움직임, 선 그리고 침묵이 나누고 있는 공간과 이면의 얇은(thin) 경계선(line)를 보며 내 생각은 어떻게 존재해야 할까 생각했다.

어떤 공간에 존재하고 있음을 무심코 자각할 수 있는 정도의 엠비언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정도의 규칙적인 알람들. 얇은 선 사이에 무한하거나 어쩌면 좁은 괄호 공간 에 무심하게 흐르고 있는.



 김재억 조명감독의 글


안무가 전보람의 고무줄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작업에 조명디자이너로 함께한지는 2019년부터이다. 이후 세 번의 작업이 더해지면서 나에게 보여진 전보람의 고무줄은 단순한 소도구에서 연필이기도 크레파스이기도 했고 공간과 경계이기도 했고 혹은 관계나 공감의 대상이 되어 지기도 했다. 작품에 참여하는 횟수가 더해질수록 그 과정이 나에게 전해졌고 나의 빛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에서 어떻게 함께 섞이고 같이 호흡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바뀌어간다.


이후 함께하는 작업을 어떻게 기대해 볼 수 있을까. 

빛과 관계하는 선이고 줄,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언제나 배경이고 분위기를 서포트 하는 역할을 하는 무대조명이 아니라 고무줄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요소로써 '빛'이 작품에 있기를 희망한다. 매번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전의 작업과정에서 부터 같이 고민하고 준비해오고 있다는 경험, 그래서 그 다음이 즐겁고 찬란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이것이 언제나 전보람의 제안에 흔쾌히 승낙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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