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콩달 Jan 26. 2024

피검사 & 검사결과

#1-11_난임 극복기

  드디어 그날이 왔다. 피검사의 날! 

  J가 출근해야 해서 검사결과를 혼자 들어야 한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결과가 어떻든 끝이 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아직 생리증후군이 나타나지 않아 혹시나 하는 기대도 품고 있었다. 

  병원에 가니 역시나 사람들로 가득 찼다. 다들 주사를 가지고 다니는 아이스박스가방을 들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나도 며칠 전만 해도 저 가방을 들고 힘들게 다녔었던지라 그녀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이해가 갔다. 아마 나도 저런 표정이겠지. 오늘도 무표정한 표정으로 대기실에 앉았다. 

  내 순서가 되어 피를 뽑고 2시에 검사결과를 전화로 알려준다는 설명을 듣고 병원을 나섰다. 이제 2시까지만 조심하면 된다.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고 2시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안 간다. 전화가 온다고 하니 신경 쓰지 말고 티브이나 보자 하며 넷플릭스를 틀었다. 잠시 후 시계를 흘깃 보니 1시 45분. 티브이를 보다 다시 시계를 보니 1시 51분. 어찌도 이리 시간이 안 갈까. 내 속도 모르고 핸드폰은 잠잠하다. 

  2시부터는 1분마다 시계를 봤다. 평소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도 눈은 계속 시계를 향했다. 

  2시 10분..... 2시 20분...... 2시 30분...... 3시.

  3시가 넘었는데도 병원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J도 아직 연락 없냐며 소식을 궁금해했지만 핸드폰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네, 병원입니다."

  "피검사 결과 연락이 안 와서 연락드렸는데요."

  "아, 연락이 안 갔나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이런, 검사결과가 안 나온 것이 아니고 병원에서 잊어버렸나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일찍 전화해 볼걸. 괜히 마음만 졸였네.

  "피검사 수치 0.1 미만으로 임신 안되셨고요. 원장님이 한 달 후에 내원하라고 하시네요."

  "네, 알겠습니다."

   담담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래 처음에 성공하면 로또라는데 한 방에 될 리가 없지.' 하고 스스로 위안하며 J에게 결과를 알려주기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자기야."

  "응, 결과 나왔어?"

  "안 됐데."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괜찮다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계속 쏟아졌다. 갑자기 내가 눈물을 쏟아내자 J가 당황하며 달래주기 시작했다. 

  "괜찮아. 처음에 성공하면 로또라잖아. 다음에 될 거야. 걱정하지 마. 오늘 저녁에 시원하게 치맥이나 하자. 퇴근하고 바로 갈게."

  "응, 빨리 와야 해."

  J의 이야기에 좀 진정이 됐다. 이미 결과는 나왔는데 울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랴. 다음을 기약하고 지금은 그동안 못했던 것을 좀 해야겠다. 우선 오늘 맥주부터 시원하게 한 잔 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벚꽃축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