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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현 Feb 02. 2022

차트의 유혹을 읽고

책의 인트로 중

투자의 시대가 왔다. 국내 주식 계좌는 코로나19 발생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주식 투자 성공 사례의 증가 등으로 가만히 있으면 손해 본다는 인식이 퍼져 나간 것과 더불어 낮은 금리, 비대면 계좌 개설, 스마트폰으로 인한 투자 편의성 증대 같은 투자 환경의 변화가 투자를 부추겼을 것이다.

한편, 투자 세계는 예측이 매우 어렵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훈련이 필요하다. 투자는 중독성이 매우 강해 한번 발을 들이면 끊기 어렵지만, 이런 투자의 위험성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단기 투자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빨라진 매매 주문을 처리하고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전산 시스템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기기 사용의 증가에 따른 생활 습관 변화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런 단기 투자에서는 순발력이 중요하다. 장기투자와 비교했을 때, 단기투자에서 투자자들은 회사의 가치나 미래 전망, 경제와 금융 흐름의 의미보다는 단기간의 주가에 더 의존한다. 단기 투자에서는 차트가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차트는 추세를 직관적으로 보여주지만 투자자들의 매매를 부추기는 면도 있다. 단기 투자에서 위험은 대체로 차트의 급등락에서 비롯된다. 주식 차트가 오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참지 못하고 주식을 사들이고, 주식 차트가 급락하면 손해를 볼 것을 알고도, 급락한 주식 보유라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팔아버린다.

이 책은 단기투자에 초점을 맞춰 지각 심리학적 관점으로 주식 매매 행동을 살펴본다. 지각 심리학은 시각과 청각 같은 감각 기관으로 전달된 정보를 파악하고 적절한 동작을 취하는 일련의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단기 투자자의 참고 자료


단기 투자자들이 주식 매매를 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자료는 분봉이라고 하는 차트이다. 1분 봉, 3분 봉, 5분 봉 같이 분 단위로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차트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1분 봉이란 1분마다 한 번씩 업데이트되는 차트인데 1분간 주가의 최저점과 최고점을 알 수 있고, 1분이 시작했을 때의 주가, 끝났을 때의 주가를 파악할 수 있다.

1분 봉 1개의 데이터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지만 여러 개의 데이터가 모이면 상한가, 하한가, 급등, 급락 등등의 맥락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인지

차트는 오직 사실 만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참고하여 주식 투자를 한다면 객관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직관적인 자료를 인지하는 것은 주관이다. 사람은 사물을 객관적으로 인지하는가?

대표적으로 착시현상이 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그림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작게 그려놓은 사람은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고, 크게 그려놓은 사람은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려놓은 크기가 다를 뿐 실제로는 어떤 사람이 더 멀리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크기가 더 크게 보이는 사람이 크기가 훨씬 크다면 멀리 있다고 해도 더 커 보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착시임을 알고 있어도 착시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인지 시스템은 태어나서부터 방대한 양의 시각 자료를 학습하고 처리가 자동화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처리가 자동화되지 않는다면, 시시각각 들어오는 방대한 양의 시청각 자료에 의해서 뇌는 “생각"할 여유조차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동화 과정 때문에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매매를 하게 되는 “뇌동매매"가 일어나기도 한다.


보정

사람은 사물을 보정하여 인식한다. 사물의 미래 모습을 예측한다.

눈의 망막에 맺힌 빛이 시신경의 전기적 신호로 해석되어 뇌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0.1 초가 걸리고 이를 인지하고 반응하는 데에는 0.1 초가 걸린다. 만약 보정이 없다고 가정하고, 야구공 같이 빠르게 날아오는 물체를 방망이로 맞춰야 한다고 가정하면 절대 맞출 수 없을 것이다. 공이 맞는 방망이 범위 안으로 다가왔을 때 공의 위치를 인지한 뒤, 반응하는데 필요한 0.2 초 뒤에는 공이 자신을 지나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이 공이 도달하기 0.2초 전에, 0.2 초 뒤의 공의 위치를 보정하여 인지하고, 방망이를 휘두른다. 그렇기에 공을 맞출 수 있다. 여기에는 중요한 가정이 하나 있다. 공의 움직임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야구공은 관성의 영향을 받으며 등속으로 날아오려는 성질을 지니며, 중력에 의해 점점 지면과 가까워지고 마찰에 의해 속도가 일정하게 줄어든다. 랜덤 하게 움직이는 공을 방망이로 맞추긴 쉽지 않을 것이다. 즉, 선형적인 물체의 특징 덕분에 우리는 0.2 초 뒤의 사물의 모습을 적절하게 보정하여 인지할 수 있다.


예상


사람은 사물을 보이지 않는 부분을 예상한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천으로 몸을 가리고 있고, 머리만 내밀고 있다고 가정하자. 대부분의 사람의 팔과 다리가 어디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린다.

실제로 팔다리가 없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와 같이 보이지 않는 부분을 있는 것으로 처리하는 경향을 “시각적 완성"이라고 부르는데 실 세계에서는 대체로 옳은 판단이다. 살아 움직이는 동물의 다리만 보인다고 해서, 실제로 다리만 분리되어 살아 움직일리는 거의 없으니 말이다.


좋은 연속의 원리


좋은 연속의 원리는 요소의 배열 방향이 부드러울수록 한 집단으로 묶으려는 설질을 말한다. 예를 들어서 v 자 모양의 분봉 차트를 보면 하향 곡선을 이루는 좌측 (\) 부분과 우측 (/) 부분. 2 부분으로 나누어 차트를 바라본다.

좋은 연속의 원리는 주가 예측을 할 때,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원리 중 하나이다. 우상향 그래프를 볼 때, 우리는 그 그래프가 1분 뒤 주가가 더 높은 곳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보정한다. 그러나 주가는 우리가 예상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가는 이런 인지적인 경향과 전혀 관련이 없다.


훈련


우리는 차트를 예상하고, 보정하여 인지한다. 이는 학습 & 훈련된 처리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또한 주가의 움직임을 통해서 앞뒤 주가의 “맥락"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순간순간 일어나는 각각의 주가는 앞뒤 주가와 인과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사건이다. 경제학의 원리에 따르면 주가는 매 순간 공급과 수요 법칙의 작용으로 일어날 뿐이다. 따라서 주식 투자를 하기 앞서 분봉 차트를 다르게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나는 어릴 적 추상화를 보면서 어떤 그림인지 이해하기 어려워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런 작품을 보며 아름답다고 칭송했다. 나는 그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점, 선, 면, 색들이 인지할 수 없는 형태로 나열된 작품이 뭐가 아름답다는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지금도 강하게 추상화된 그림에서 아름다움을 찾지 못했지만, 이중섭 화가의 황소 같이 일부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작품에 대해서 아름다움을 느낀 적이 있다.

이는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많은 미술 작품을 보고 이해하기 위해서 시각 자료를 처리하는 훈련을 하며 그림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주식 투자도 이와 같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제까지 언급했던 인지적인 훈련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일어나는 기쁨, 흥분, 통제감, 고통과 같은 감정적인 훈련 또한 포함하고 있다.



마무리


어떻게 하면 뇌동매매를 막을 수 있을까? 왜 우리는 비합리적인 판단으로 손해를 볼까? 왜 주식을 끊기 어려울까? 왜 주식을 사고 나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지루한 감정을 느낄까? 어떻게 하면 주식에 있어서 부정적인, 지루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을까?

누구나 일생을 살면서 한번 즈음 감정이 내 통제에서 벗어나 주체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주식에서 이와 같은 감정은 매우 위험하다고 들 말한다. 때론 단순하게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왜 그런 감정이 발생했고 왜 내 통제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감정 통제에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주식을 하면서 피어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단순히 통제하려고 하기보다, 조금씩 이해해보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주식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서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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