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비움프로젝트
2일째 비움 목록
제품명 : 브리티쉬 블랭킷 1 개
제품명 : 화이트 지그재그 패드 1 개
특별히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조심히 썼던 물건들이라, 버리기 어려웠던 베딩 제품들을 오늘 비움 했다. 겨울이 지나서 그 중요도를 잊고 섣부른 판단일까 봐 꽤 고민했다. but, 순간에 잠시 머무르는 생각은 아니었다. 작년부터 비울까 말까 했지만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두 녀석이었다.
‘영국 국기가 그려져 있는 블랭킷은 작년에 한번 썼지?’
‘화이트 패드는 똑같은 거 3개나 있지~
흰 때 때문에 사용할 때마다 스트레스받았으니 이제 그만 비움 하자’
1년에 한 번 쓰려고 가지고 있다는 건 미련이겠지. 스스로 달래 본다.
블랭킷과 패드를 품에 안고 분리수거함으로 가는 길은 내내 포근했다. 4월의 쌀쌀한 아침을 덮어줄 만큼 따듯한 기운이 남아있었다. 이불들은 마지막까지 자기 할 일을 다했고, 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이대로 비움을 포기할 순 없다는 생각이 겹쳐질 때쯤 수거함에 도착했다. 수거함 앞에서 오래 생각할 순 없는 노릇이다.
보통날의 헌 옷 수거함은 갖가지 옷들이 들어갈 자리를 찾지 못해 혀를 내밀고 있다. 오늘의 헌 옷 수거함은 마치 나를 기다린 듯 가벼운 상태였다. 손에 어떤것도 남기지 말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한다. 그건 곧 비움을 선택하고 행동에 옮겨야 하는것이다. 수거함 입구가 꽤나 높아서 양팔에 힘껏 힘을줘야했다. 패드와 블랭킷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을 대신하는 소리였다.
이불장을 별도로 두지 않았고, 작은 장이 이불 정리를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패드 1개와 블랭킷 1개의 비움은 큰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 마음 한구석이 빈것도 아닌데, 유난히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텅빈 자리만큼 공허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차차 알게되지 않을까. 내일의 비움을 기약하며 오늘의 비움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