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비움 프로젝트
16일 차 비움 물품은 선글라스.
선글라스 몇 개를 비웠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사진 속 선글라스 말고도 한 두 개 더 비움 할 선글라스가 남아있다. 결혼준비하면서 샀던 물품들이라 왠지 비워내기 어렵다는 건 핑계. 감수성이 풍부한 건 비움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그 선글라스들이 비워져야 진정한 비움인이라 할 수 있을 텐데… 더 큰 것들을 비워내고 있으니 선글라스 2개 정도 남기는 건 우선 봐주기로 했다.
“선배님들, 비움시작 후 졸업이 가능한가요?”
우리의 소중한 눈(스마트 기기 볼 때 제일 중요한 눈) 보호와 찡그림으로 인한 주름 방지(이제는 형광등 아래에서도 찡그리는 나이)를 위해 꼭 필요한 선글라스. 수년 전에 산 생활밀착형 선글라스를 구입한 후 추가로 산 선글라스가 없다는 것에 칭찬을 한다. 보통 내 물건 구입은 소극적인 편인데 한번 지르고 나면 마치 시동 걸린 자동차처럼 계속 결제하고 싶어 한다. 한해 전 선글라스를 사서 아직도 새 선글라스이지만 또 새로운 선글라스를 바라보고 있다.
“작년엔 검정 샀으니 올해는 갈색 사볼까”
“이번 시즌 트레드는 얼굴의 반 이상을 덮는 왕 거울 같은 디자인이던데,”
“올해 괴물 회사에서 나온 신상 봤어? 세련되고 예쁘던데”
선글라스는 소모품이 아니니 최소 몇 년은 쓰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자꾸 내면의 자아에게 질문을 받는다.
답을 하기가 어렵다.
비움의 시작은 더 이상 구입하지 않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는 선배님들의 말을 기억하는 하루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