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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밧드 Oct 31. 2022

아버지와 아들

가슴 먹먹한 이야기가 있다. 야곱과 그의 열한 번째 아들 요셉의 이야기다. 

야곱은 외삼촌의 농장에서 라헬을 처음 보고는 사랑에 빠졌다. 그래서 무보수로 7년을 일하면 라헬과 결혼시켜 주겠다는 외삼촌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마침내 7년이 지나 결혼식을 올렸는데, 첫날밤을 치르고 아침에 깨어보니 함께 있는 여자가 라헬이 아니라 그녀의 언니였다. 

야곱이 항의하자, 외삼촌은 본래 동생부터 결혼시키는 예는 없기에 그리했다며, 다시 7년을 무보수로 일하면 라헬과 결혼시켜 주겠다고 했다. 야곱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결혼은 7일 후에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야곱은 7일을 기다려 라헬과 결혼하고 다시 7년을 무보수로 일했다. 

그러나 라헬은 도통 아이를 갖질 못했다. 그동안 야곱의 첫째 부인과 두 명의 첩은 도합 아들 열을 낳았다. 그 후 어찌어찌하여 그녀가 아들을 낳았는데, 바로 요셉이다. 그녀는 요셉의 남동생인 베냐민을 낳다가 죽었다. 

야곱은 열두 아들 중 요셉을 특별히 사랑하여 값비싼 채색옷을 입혔다. 당시에는 염색이 고급 기술이었으므로 채색옷은 부자들만 입을 수 있었다. 요셉은 형들이 자기를 미워하는 줄도 모르고 그들 앞에서 잘난 체를 하고, 형들이 나쁜 짓을 하면 아버지에게 일러바쳤다. 

형들은 기회를 틈타 요셉을 죽이려다가 장사꾼에게 팔았다. 그러고는 채색옷에 피를 묻혀 아버지에게 보여주며 요셉이 짐승에게 잡아먹혔다고 했다. 그때 야곱의 심정이 어땠을까? 이야기꾼은 야곱이 오래도록 애통하며 자녀들의 위로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장사꾼을 따라 이집트로 간 요셉은 모진 고생 후에 총리대신이 된다. 그때 온 세상에 흉년이 들어 야곱의 아들들이 양식을 구하러 이집트에 갔다가 요셉을 만난다. 요셉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형제들에게 술수를 써 동생인 베냐민을 도둑으로 몬다. 하지만 어찌하랴. 요셉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형들을 용서하며 아버지를 데려오라고 한다.  

자기를 죽이려다 장사꾼에 팔아버린 형들을 대하는 요셉의 복잡한 심경을 전하는 이야기꾼의 솜씨가 놀랍다. 몇 번을 읽어도 그때마다 눈물을 글썽이게 된다. 처음 읽었을 때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아버지는 아들이 죽은 줄로만 알았고, 아들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살았다. 그 세월이 20여 년이나 된다. 야곱은 요셉을 만나서 이렇게 말했다. "네가 지금까지 살아있고 내가 네 얼굴을 보았으니 지금 죽어도 족하도다." 

나는 지금까지 야곱과 요셉의 이야기만큼 부자의 정을 잘 나타낸 글을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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