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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밧드 Jan 27. 2023

햄릿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햄릿형과 돈키호테형의 구분은 구닥다리형인가?

<아주 사적인 독서>라는 책을 몇 년 전에 읽었는데, 지금까지 기억하는 부분이 있다. 햄릿에 대한 독서 안내였는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정신분석이론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란 단순하게 말해서 어머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아들이 아버지를 경쟁자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햄릿의 아버지가 죽은 후 얼마 안 되어 그의 어머니가 그의 숙부와 결혼한다. 아버지는 전왕이고, 숙부는 현재의 왕이다. 물론 왕비는 햄릿의 어머니다. 햄릿 왕자는 왕의 조카라는 지위를 덤으로 얻게 되어 어정쩡한 상황에 처한다. 


죽은 아버지의 혼령이 나타나 말한다. 현재의 왕이 전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했으니 복수해 달라는 것이다. 그 후 햄릿은 많은 증거가 아버지 혼령의 말을 뒷받침하는데도 불구하고 복수를 늦춘다.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는데도, 손 한 번 쓰면 쉽게 죽일 수 있는데도 망설인다. 그 이유를 <아주 사적인 독서>의 작가는 숙부가 햄릿 자신의 연적을 제거해 주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하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소개한다. 

 

여기부터는 온전히 나의 생각이다. 


<첫사랑>을 쓴 투르게네프는 인간을 햄릿형과 돈키호테형으로 나누었다. 복수를 망설이는 햄릿과 달리 돈키호테는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인 캐릭터다. 풍차를 거인으로 보고 달려들며 자기의 창을 풍차의 날개에 박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상상해 보래. 햄릿형은 우유부단한 인간이고 돈키호테형은 행동파 인간이다. 


투르게네프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첫사랑>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아버지와 아들>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무관하지만, <첫사랑>은 상관의 여지가 있다. 내용은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같은 여자를 사귀고 사랑하는 이야기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군림했지만, 아들은 그녀에게 복종한다. 아버지는 그녀를 섹스 파트너쯤으로 여겼지만, 아들은 그녀를 마치 젊은 베르테르가 롯데를 사랑했던 것처럼 숭배한다. 여자는? 그녀는 한 남자를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유부남이고 자주 만나지도 못한다. 그녀는 아들이 자기에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그를 골탕먹이기도 한다. 그녀는 그에게서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찾으려 하는 것 같은데, 이것은 훗날에 가서 그가 추측해 낸 생각이다. 그는 결국 아버지와 그녀의 관계를 알게 되고, 그 순간 아들의 청춘은 끝나버린다. 그에게서 순수한 사랑의 개념 자체가 사라져 버리면서 그는 비로소 상상계에서 상징계로 들어가는 것 같다. 


<첫사랑>에 굳이 투르게네프의 도식을 적용한다면, 아버지는 돈키호테형일 거고, 아들은 햄릿형일 거다. 물론 지나친 비약과 어설픈 유비라고 생각되지만. 아무튼 <첫사랑>은 십 대인 내게 야릇하고 기이한 이야기였다. 지금은 이 소설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연상한다.  


투르게네프는 1883년에 죽었고, 프로이트는 1899년 <꿈의 해석>에서 오이푸스 콤플렉스란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그러니 그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란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을 것임은 자명하다. 인간을 햄릿형과 돈키호테형으로 나눈 그가 <첫사랑>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연상시키는 이야기를 썼다. 이를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달리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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