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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종원 Jul 13. 2022

왜 오토바이를 타세요?

여행같은 일상

김영탁 작가의 소설 '곰탕'에는 오토바이를 타는 불량한 설정의 고등학생 아빠 '이순희' 등장한다. 순희는 '뿅카'라고 불리는 오토바이 뒤에 '강희'(여자친구) 데리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부산을 돌아다니는데, 소설의  장면에서는 '오토바이가 있으면 동네의 구석구석, 차로는 닿지 않는 골목들의 아름다움까지 느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줄거리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우습게도   문장에서 오토바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1년 전, 나는 앙증맞은 베스파를 하나 들여왔다. '뿅카'와 다른 점이라 하면, 이 친구는 끝까지 당겨야 70km/h정도의 속도가 나오는 비교적 안전한 스쿠터라, 뿅 달릴 수는 없었다는 것. 그리고, 부산 골목이 아닌 서울의 골목들을 쏘다녀야 한다는 것 정도.


  스쿠터에 '베춘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리고, 순희처럼 여러 곳을 베춘이와 함께 쏘다니기 시작했다. 낙후된 용산역 뒷골목, 한옥과 핫플레이스  사이 어딘가의 서촌 골목, 경사 때문에 베춘이가 많이 힘들어하던 해방촌 골목. 서울 밖으로는  번도 발을 들이지 않았는데, 우리는   8000km 가까이 달렸다. 덕분에, 나는 일상이 여행이 되는 기분을 느낄  있었다. 기름값, 주차 고민할  없이 옷을 입고 나가기만 하면 동네에서 벗어나 매번 처음 보는 곳들을 유영할  있었다.


오토바이에 올라타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잊고 오로지 지금에만 집중하게 된다. 날씨와 바람, 하늘과 풍경, 도로 위의 차들만이 나의 신경을 뺏을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목적지에 가고, 새로운 것들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찾는 것.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과거에 대한 후회 없이 오로지 현재에만 집중하는 것. 여행을 가야 우리가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감정들을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창성동에 있는 작은 서점에 들러 이름 모르는 작가님들의 책을 구경하고, 잠깐 앉아 글을 적어 내려간다. 오후에는 또 어떤 여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번 주말에는 베춘이에게 어떤 바람소리를 들려줄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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