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이번주는 "어지러운 마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잘 버텼다" 입니다.
당신의 한 주의 시작은 언제인가요?
한국인이라면 100명 중 99명은 월요일이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만.
오늘은 한 주의 시작 요일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아닌,
한 주의 마무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목차
1. 매 해의 끝을 기록한다는 것
2. 365일을 모두 기억할 수 있을까
3. 뒤돌아보지 않는 365개의 일기에 대하여
4. 두고두고 돌아볼 52개의 회고에 대하여
5. 이번주에 이름을 붙여보세요
저에게는 1년에 단 한 번만 진행하는 특별한 취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20xx년 12월 31일이 되면 어김없이 제게 편지를 쓰는 것인데요. 올해로 벌써 4번째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 특별한 취미생활을 하며 매번 기록하는 방식이 달라지지만 꼭 들어가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1. 20xx의 나 자신, 자기소개
2. 내 주변 가장 친한 사람들과의 현재 관계 소개
3. 내가 이뤘던(이루지 못했던) 것들, 느꼈던 감정들
4. 내년의 나에게 한 마디
저는 이렇게 적었던 편지를 매 해 변해가는 나의 글씨체를 보며 성숙해짐을 가시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 자신에 대한 기록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편지의 마무리단에는 스스로에게 늘 응원을 받으며 새출발을 하기 때문에 한 해의 시작이 산뜻함으로, 스스로 사랑의 충만함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느낀 여러 단점들도 있습니다.
1. 한 번에 모든 일들을 다 적기 때문에 한 해의 일들이 어지럽게 나열되어 있다.
2. 매일매일 성장했을 생각의 변화가 드러나있지 않다. (20xx년 12월 31일의 전체 회고만 있을 뿐)
3. 나 혼자만 보는 글이기 때문에 글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바로 이러한 단점들 덕분에 1년을 더 의미있게 기록하기 위해
오늘의 주제 [이번주에 이름을 붙여주세요]가 탄생했습니다.
제 특별한 취미생활의 가장 큰 문제점은 365일 있었던 일들을 모두 세세히 기록하려고 노력하다보니 늘 일들이 많이 흩어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하루만에 그 간 경험했던 활동과, 인간 관계 사이에 있는 미묘한 감정들, 그러면서 느꼈던 반성을 모두 작성하고자 했으니. 모든 글은 정돈되지 않았고, 진정으로 내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3년 내내 "000, 화이팅!" 이라고 써있는 내년에 대한 응원이 '성의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올해부터는 달라지기로 결심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하루를 정확히 알고 매년 성장해가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일기를 적었습니다.
과연 이 일기를 쓰는 것이 제 하루를 알차고, 보람되게, 매일 성장할 수 있는 하루로 만들어 주었을까요?
저는 이 일기를 쓰며 많은 현타가 들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구나 라는 느낌만 받을 수 있었죠.
일기를 쓰는 행위는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영원하지 않은 하루를 기억하고 싶어합니다.
그렇기에 하루 동안 느꼈던 날것의 감정들을 모두 쏟아놓은 일기를 작성하게 됩니다.
(그래도 제가 이전에 작성했었던 3분할 기록법으로 기록한다면, 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작성된 일기(감정 쓰레기통)는 그대로 다시는 읽히지 않을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작성된 감정 범벅 일기가 나의 1년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정확한 판단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굳이 매일 기록할 필요가 없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다시 한 번 제대로 말씀드리자면, 매일 쏟아지는 감정 범벅의 일기는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신 우리에게는 한 주의 나의 모습을 제대로 돌아볼 52개의 주간 회고가 필요합니다.
1. 한 주의 끝에서 이번주에 한 일들을 모두 나열해봅니다.
월
8년 지기 친구와의 만남 / 00선생님께 카톡 안부인사
화
00 사이드 프로젝트 1차 회의 / 2023 트랜드코리아 독서
수
xx 독서모임 3회차 참석
목
00 사이드 프로젝트 기술 구현
금
러닝크루 참석
토
00 사이드 프로젝트 기술 구현 관련 강의 시청 및 스터디
일
회사 동료 결혼식
2. 위에 적은 일들을 구분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구분해봅니다.
[관계] 8년 지기 친구와의 만남 / 00선생님께 카톡 안부인사 / 회사 동료 결혼식
[개발] 00 사이드 프로젝트 1차 회의 / 기술 구현 / 강의 시청
[독서모임] 독서 / 독서모임 참석
[러닝] 러닝크루 참석
3. 이번주에 있었던 카테고리에 대해 잘한 점과 못한 점, 개선할 점을 한 마디 이상 적습니다.
(혹은 따로 느낀점과 응원의 말까지)
[관계]
잘한 : 최근 많이 챙기지 못했던 관계를 다시 챙기기 시작
못한 : 선생님께 더 일찍 연락드리지 못한 점
개선 : 한 달에 한 번 이상 연락을 통해
[개발]
잘한 : 사이드프로젝트 시작한 자체
못한 : 생각보다 시간 관리가 어려웠던 것
개선 : 일주일에 3번 이상 1시간 이상 할애할 것
[독서모임]
잘한 : 꾸준히 참석 중
못한 : 책을 미처 다 읽지 못하고 모임에 참석
개선 : 책을 월요일에 다 읽어버릴 것
[러닝]
잘한 : 이번주도 참석 완!
못한 : 7km지점 페이스 상실
개선 : 꾸준한 러닝 힘내자
4. 마지막에는 한 주의 전체 회고를 따로 적어봅니다.
전체적으로 벌려놓은 일들을 처리하는 한 주가 된 것 같다. 최근 신경쓰지 못했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챙기려고 애쓰는 나를 발견했다. 나의 커리어적 성장을 쌓는 시간과개인적인 취미 생활을 갖으며 만족했던 하루하루였지만 지난 주에 밥 먹자고 연락할 친구가 없다는 것을 느낀 후로부터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챙기고자 했던 것. 친구를 만나고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니 가볍게 전할 수 있는 마음이었는데 그간 어렵게만 생각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이제는 가볍게 다가갈 수 있기를! 소중함을 잃지 말자.
최근 시작한 사이드프로젝트로부터는 활력을 얻으니 참 좋다. 역시 본업이 아닌 일을 하니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내 능력적인 부분에서 한계도 발견할 수 있다. 강의를 새로 결제했으니 앞으로 정해진 시간을 계속 들여서 공부를 해야겠다. 다시 또 다짐한다!
독서모임은 꾸준히 나가고 있는데 생각이 확장됨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역시 부족한 것은.. 시간과의 싸움. 특히 관계도, 개발도 챙기려고 하니 많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 (이하 생략)
5. 이렇게 한 주간의 주간 회고가 완성되었습니다.
자, 이렇게 작성된 주간 회고, 어떻게 보셨나요?
나의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프로젝트 식으로 구분해서 정리하니 1년이 지난 후에는 어떤 프로젝트들을 했는지 카테고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단순 감정 나열이 아닌, 한 주의 모든 생각이 정리된 글로 확인할 수 있어 나의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성장의 경로를 볼 수 있겠지요.
이렇게 한 주의 마지막에 주간 회고를 만드는 것은 다음주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습니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나에게 잘 살았던, 잘 살지 못했던 지난 주의 내가 다음주의 나를 응원하며 보내는 편지이죠.
이렇게 나의 7일, 168시간이 한 페이지로 정리가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이 페이지에 이름을 붙일 것입니다. 이 한 주 회고의 페이지에 이름을 붙이면 잊혀지지 않을, 내 삶에 다시 없을 한 주가 영구적으로 남게 됩니다.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없던 것을 존재하도록 만드는 행위입니다. 우리의 한 주에 인격을 불어넣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죠.
저의 이번주는 "어지러운 마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잘 버텼다" 라는 이름의 페이지로 남았습니다.
다시 한 번 진로와 삶의 방향성을 되돌아보며 재설정해보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번주도 제게 잊히지 않을, 의미있는 한 주가 되었군요.
여러분의 이번주는 어땠나요? 어떤 이름으로 남게 되었나요?
오늘 소개해드린 방법이, 여러분의 한 주에 의미를 부여한 가치있는 글이었기를 희망합니다.
오늘도 여러분이 회고를 통해 성장하기를 바라는, 배타는 나비였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