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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달고나 Nov 12. 2021

마이너인가 메이저인가

[상속 게임]을 검토하다

지난번에 이어서...


아무리 운명처럼(우연히) 다가온 책이라도 세상에 내놓기 전에 검토를 해야 한다.

이 책이 나의 취향에만 맞는 책이 아닌지, 혹시 소재만 재미있고 내러티브는 '꽝'이 아닌지, 그리고 마케팅적 측면에서도 괜찮은 책일지.......

검토에 들어가기 전에 받아본 정보는 좋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라고 다 국내에서 흥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건 단지 '참고'만 한다.

그래서 작가를 살펴보았다. 제니퍼 린 반스라는 작가는 이전에 몇 권의 책을 낸 적은 있지만 국내에 소개된 적도 없었고, 큰 히트를 친 것 같지도 않았다. 이 점은 마이너스였다. 소설은 '작가빨'이라는 게 있다. 유명 작가의 책은 무슨 짓을 해도 어느 정도는 나간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도....)


https://youtu.be/gDGDjWhBCLA

- 2015년에 TEDx에서 강연한 자료가 있는 것을 보면 나름 유명하기는 했나 보지만 국내에서는...



그래서 내용을 읽어보기로 했다.

검토용 PDF를 받아서 봅니다. 전 아이패드에 띄워놓고 모르는 단어 표시하면서 보죠.

클리셰가 다분하지만 시작은 좋았다. 

체스도 잘 두고, 숫자 관념도 뛰어난 가난한 소녀가 있다. 

그런데 인생이 꼬이고 있다. 엄마는 돌아가시고 아빠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데, 같이 살고 있던 이복언니가 이상한 남자친구를 데리고 오는 바람에 집에도 못 들어가고 오래된 차에서 생활해야 한다. 친구라고는 간혹 문자를 주고 받는 맥시뿐. 

또 열심히 공부해서 물리학 시험 만점을 받았더니(물리학!) 교장선생님은 컨닝한 것이 아니냐면서 재시험을 보라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금발 꽃미남이 찾아오더니 누군가 상속금을 남겼다고 유언장 발표회로 오란다. 유언장 발표회장까지 올 초대장과 비행기표를 주는데, 1등석!

이것이 (원서 기준) 376페이지짜리 책에서 16페이지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여기까지 읽고 전문 리뷰어에게 이 책을 맡기기로 했다. 충분히 결말까지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책이었지만, 내 짧은 영어 실력으로 결말까지 보고 이 책을 계약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잠깐!

출판계에는 전문 리뷰어 분들이 있다. 책을 읽고 간단하게 줄거리도 정리해 주고 본인의 평도 해준다. 영어나 일어 리뷰는 대략 일주일 정도 걸리니까, 대단한 능력자들이시다. 


리뷰를 보내고 나서, 고민에 빠졌다.

내 첫인상은 좋았는데, 내 첫 인상을 믿어도 될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사서 보는 건 순전히 내 자유지만, 책을 출간하는 건 다른 문제다. 내 월급은 물론 관계된 모든 이의 월급이 내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내 성향은 과연, 메이저일까? 마이너일까?



이왕 이렇게 된 것 [상속 게임]이 출간되기까지 전 과정을 연재할게요.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나, 편집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신 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편집자 L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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