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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달고나 Nov 15. 2021

마음이 약해지다

[상속 게임] 편집자 이야기

"YA 소설 + 나이브스 아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시작한 도서 선정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외주 리뷰어도 긍정적인 신호를 주었고, 베스트셀러인 것에 비하여 선인세도 저렴했다.

여기서 해외 출판물을 국내에 소개하고 하는 분들을 위해 사족을 조금 (미리) 붙이고자 한다.

돈 벌려고 하는 거니까...

해외 출판물을 출간하는 계약을 맺을 때는 선인세와 인세 두 가지 조건이 다른 조건보다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유명한 출판사인지, 마케팅 계획이 있는지와 같은 기타 조건은 그야말로 '기타'다.

선인세는 한국 출판시장의 규모에 대한 조사나 자료가 있는 것인지 이상하게도 거의 대부분의 책이 우리돈으로 200만원에서 300만원이 기본이다. 미국 쪽은 2000달러 이상, 일본은 20만엔 이상, 유럽 쪽은 2000유로 이상부터 시작한다는 말이다. 거기에 저자가 유명하거나, 상을 받았거나, 영화화된 도서라면 또 그 몇 배로 뛴다.

인세는 대략 6~8%로 정해진다. 

그래서 난 개인적으로 이런 마음을 가지고 계약을 진행한다. 3000부는 판매할 자신이 있으면 3000달러, 5000부는 판매할 자신이 있으면 5000달러. (요즘 출판계에서 소설 3000부, 5000부는 장난이 아니다. [상속 게임]을 얼마에 계약했느냐는 비밀~.)


콩깍지가 쒸워서 [상속 게임]을 계약하고 나니,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항상 그렇다. 계약 당시에 약점을 봐야 하는데, 꼭 계약이 끝나고 나면 약점이 보인다.

하지만 단점을 먼저 본다면 좀 더 안정적으로 책을 고를 수 있겠지만, 세상에 새로운 책을 내보이기는 힘들 것이다.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한 입장에서 난 도전적으로, 긍정적으로 책을 고를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단점을 나열하자면,

일단 책이 너무 두꺼웠다. 원서 기준으로 380여 페이지였는데, 보통 번역이 끝나고 나면 1.5배가 된다. 번역 후에 500페이지가 넘는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부단히 노력해서 한국판은 460페이지로 출간됐다.)

요즘 한국 소설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경향을 감안하면, 확실히 이건 부담이 됐다. 

"스토리가 속도감이 넘치면 물리적 분량은 크게 문제가 안 될거야"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속도감'을 편집의 모토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영어식 퍼즐이 문제였다.

책의 주인공인 에이버리가 자신이 왜 상속녀가 됐는지 파헤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영어식 퍼즐이 많이 등장한다. 이 부분이 책을 읽는 독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염려가 있었다.

다행인 점은 아주 어려운 영어가 아니라서, 적절히 영문을 병기하면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이외에도 단점은 있었지만,

단점은 단점이고, 어쨌든 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했다.


[상속 게임], 혹은 출판 자체에 대해 궁금한 점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다음 연재 때 반영해서 내용을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L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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