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서인지, 아니면 팀원들이 더 이상 젊지 않아서인지...
요즘 사무실 곳곳에서 ‘빡침’ 정황이 자주 포착된다.
키보드가 부서져라 쳐대는 팀원,
통화 후 사무실 수화기를 탁 하고 던져버리는 팀원,
조르르 달려와 다른 부서의 잘못을 쉼 없이 쏟아내는 팀원까지.
직원 평균 나이가 40대 중반을 넘어서다 보니
다들 빡침 포인트는 낮아지고, 스트레스 역치는 바닥을 친다.
들어보면 별거 아닌 일도 있다(물론 큰 일들도 많다)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인데,
혹은 화는 나지만 그렇게까지 화낼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도
생각보다 자주, 쉽게 다들 화를 낸다.
나는 팀장이다.
웬만하면 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 그랬군요, 힘드셨겠어요!” 공감해줘야 하는 자리다.
하지만 내 자체가 공사다망한지라,
요즘의 나는 F보다는 T의 목소리로 문제 해결을 우선하는 쪽에 가깝다.
처리해야 할 일도 많고 결정해야 할 사안도 수두룩하다.
그래서 최대한 늦지 않게 퇴근하기 위한 나만의 생존 방식이
‘감정 공감보단 실용적 조언’이다.
물론 가끔은, 그 실용성에 팀원들이 서운함을 느끼기도 한다.
알지만... 나도 살아야겠기에...
나는 평소보다 빡침이 자주 올라온다는게 느껴질때면
조용히 내 컨디션을 점검해본다.
어젯밤 잠은 잘 잤는지,
두통이나 소화불량은 없는지,
누적된 피로가 몰려와 무기력해진 건 아닌지.
이렇게 살펴보면, 꼭 한 가지 원인은 나온다.
결국, 비슷한 상황에서도 ‘내 컨디션’이 빡침을 불러오는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출근한다.
불안장애 환자인 나는 어차피 숙면은 불가능하기에
눈이 떠진 김에 헬스장에 간다.
땀을 좀 흘리고, 근육을 깨우고, 몸의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그래야 그날 하루를 견딜 힘이 생긴다.
그래야 그날의 빡침 역치를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다.
직장인 20년차가 찾아낸 내 생존법이다.
2인분의 일을 하고 있는 실무형 팀장이기에
일이 몰리는 요즘, 나 역시도 힘들다.
하지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 사무실에서 계속 화만 내며 살 순 없다.
그래서 루틴을 지킨다.
체력을 챙기고 감정을 버티는 여유를 확보하려 애쓴다.
조금 더 참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 덜 다치기 위해서.
그리고, 조금 더 다정하기 위해서.
다정함에도 체력이 필요하다는걸
굳이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