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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팀장과 화가, 2인분의 삶

직장인과 예술가, 그 사이에서 버티는 나의 이야기

by 퇴근후작가

나는 브런치 작가명처럼, '퇴근 후 작가'다.


낮에는 9시부터 6시까지 직장인으로 살고,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는 그림을 그린다.
그 사이사이에는 살림을 하고, 사춘기 딸아이를 챙긴다.

그래도 새벽 운동을 꾸준히 해온 덕분에 체력적으로는 버틸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다시 한계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업무의 양과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스트레스가 쌓였던 탓일까.

아니면 틈틈이 참여하고 있는 그룹전 준비가 체력적으로 버거웠던 걸까.

수면 상태가 좋지 않은 채로 꽤 오래 지내온 것도 원인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날씨가 더워지면서부터였다.

불안으로 인한 수면장애와 가벼운 공황 증상으로 약을 먹고 있는데도

수면의 질이 뚝 떨어져 버렸다.

작업에 몰두하다 보니 손가락은 붓고 통증이 심해졌고,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니 목과 등도 뻣뻣하게 굳어 갔다.


원래 예술가는 여기저기 아픈거야~ 라는 일종의 '작가병'으로 의연히 버텨보려 했지만

힘든건 어쩔 수 없었다.


약의 도움을 받아 잠이라도 깊게 잤을 때는 그럭저럭 버틸 만했는데,

약을 무작정 증량할 수 없기에 수면 패턴이 흐트러졌고

작업 시간과 강도가 늘어나니 결국 이렇게 경고 신호가 찾아왔다.


KakaoTalk_20250827_152842015.jpg 바로 어제, 작업실의 풍경. 신작이 살짝 보인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 두 가지를 지탱하기 위해 루틴을 만들고,

또 그 루틴을 지키려고 애써 왔지만 결국 이렇게 다시 한계에 닿는다.


요즘 그림 작업이 잘 되고 있던 터라 더 무리하지 못하는 게 아쉬운 상황이지만

몸은 내게 분명히 말한다.

“이쯤에서 멈추라”라고

"무리하지 말고, 숨을 고르라고"


그래서 나는 다시,

나를 내 딸아이처럼 대하려 노력한다.

딸아이가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분명 나는 단호하게 말할 것이다.

"그만 쉬라고" "적당히 하라고" "너의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여러 좋은 기회를 얻었고, 더 달려야 할 때인걸 잘 알기에

나는 나를 나의 딸처럼 대해줄 수가 없다.


왜 하필 이런 순간에 몸이 버거워지는 걸까.

두 가지 길 사이에서 흔들리며 나는 오늘도 하루를 산다.


언젠가 선택의 순간이 올까.

아니면, 이렇게 두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홍보팀장과 화가"


너무 다르지만

그 다름으로 분명히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일.


문제는 나의 체력이다.

나의 방전된 에너지다.


그렇다면 나는 끝까지 두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을까.

아니면 언젠가 선택의 순간 앞에 서게 될까.


결과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나는 여전히 이 두 길 위에서 답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 두 길이 모두 나를 나답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을이 오면,

지금보다는 나아지리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오늘을 보낸다.


빨리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좋겠다.



* 인스타그램에서 윤지선 작가의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sunthing_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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