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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이 벨기에로 날아간다

by 퇴근후작가

그림으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지난주〈숨을 쉬는 모든 것〉展 전시 기간,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갤러리 대표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방금 한 벨기에 여행객이 그룹전에 전시된

프리다 칼로 스마일미러볼 작품 〈Viva La Vida〉

구매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었다.

'Viva La Vida', oil painting, 45.5cm *45.5cm , 2025

대표님은 그 여행객의 한국인 친구를 연결해주셨고

나는 곧장 작품에 대한 소개 문자를 보냈다.


갤러리에는 작품과 제목만 적힌 캡션이 있었기에

스마일미러볼 연작의 의미와 ‘Viva La Vida’라는

제목의 배경을 먼저 전하고 싶었다.


〈Viva La Vida〉는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그림에서 차용한 것이다.

그녀는 세상을 떠나기 8일 전 수박 정물화 한쪽에

"Viva La Vida(인생 만세)”라는 글귀를 남겼다.


평생 교통사고 후유증과 불행한 결혼생활로

고통 속에 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여전히 살 만하다는 고백이었다.


그 강렬한 선언에 영감을 받은 밴드 콜드플레이는

같은 제목의 노래를 만들었고

나 역시 스마일미러볼 그림으로 담아냈다.


여행객은 설명을 듣고 작품이 인상깊다며

다른 작품도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sunthing_art)을 알려드렸고

결국 그가 선택한 작품은 찰리 채플린 스마일미러볼〈결국, 인생은 희극〉이었다.

'결국, 인생은 희극', oil painting, 45.5cm *45.5cm , 2024


그리고 어제 최종적으로 작품 소장이 결정되었다.


이제 그림은 꼼꼼한 포장 과정을 거쳐

곧 벨기에로 날아갈 것이다.


생각만 해도 참 신기하다.


나는 그림을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보지 않는다.

굳이 표현하자면... '반려그림' 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그림을 내 공간에 둔다는 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로 한 결정과도 같다.


그래서 작품이 판매될 때마다

나는 여전히 놀랍고, 마음은 몽글몽글해진다.


앞으로 그 여행객이 매일 마주하게 될 공간에서

나의 그림도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이 경이롭기도 하다.


그것도 저 멀리 벨기에라니…

내 그림이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니…


정말, 그림을 그린다는 건 멋진 일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다짐한다.

내 그림과 함께 살기로 결정한 분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할 수 있도록


좋은 작가가 되자고

좋은 사람이 되자고.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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