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11월을 보냈다. 나의 에너지 위기.
홍보팀 사무실은 한창 바쁜 시기인지라 매일매일이 정신없었고
미뤄둔 미팅들은 줄줄이 쌓여 있었다.
11월 한 달 동안 무려 12번의 점심 미팅을 했다.
길게는 십수 년을 알고 지낸 기자들과의 만남이라
반가운 미팅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 부담은 있었다.
식사시간에 이동시간까지 합하면 무리한 일정이었음에도
그래도 나는 그들을 만나는 순간만큼은 ‘기꺼이’였다.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응원해 주는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들이었으니까.
홍보 일의 좋은 점이라면, 이렇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 속에서 새로운 자극을 얻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11월은 몸은 고되었지만,
마음만큼은 알차고 넉넉했던 시간이었다.
많은 응원도 받았다.
하지만 그 사이, 나의 작업시간 역시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초대전이 이제 100일 하고도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그림을 완성해도... 잘 말리고 액자 작업을 하고 전시 준비를 하려면
실질적인 작업 시간은 2월 말까지이다.
결국 3달도 남지 않았다.
퇴근 후의 시간과 주말 가능한 시간은 모두 작업에 올인하고 있기에
예전에 비하면 작업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스마일미러볼로 다시 해석하기 위해
시안을 기획하는 데만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늘 불안한 감정 속에 있다.
일과 그림을 양립하며 인생의 균형을 찾는다던 말은
요즘의 나에겐 너무 낭만적인 이야기다.
현실 속 나는 매일, 진이 다 빠진 채 하루를 마친다.
어제는 작업실에서 집까지 오는 길에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고 싶었다.
또다시 내 에너지를 100% 이상 써버린 것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상상을 했다.
나를 꽂아두면 바로 충전이 되는 충전기가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든 에너지가 부족할 때
그저 나를 그 충전기에 살짝 걸어두기만 하면
금세 다시 살아날 수 있을 텐데.
정말 ‘나만을 위한 충전기’가 하나 있다면…
그 상상만으로도 잠시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마도 지금의 나는
그런 충전기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림에 대한 아이디어가 아직 제법 남아 있다는 것.
이렇게 힘들어도
한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이 주는 기쁨은
여전히 나를 앞으로 밀어주는 유일한 에너지이니까.
그래도 일과 그림을 함께 하는 나는…
돌아보면 지금이 얼마나 충만한 시기인지 새삼 느낀다.
참 고마운 일상이다.
★ 스마일미러볼 윤지선 작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unthing_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