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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근후작가 Jun 11. 2024

45세, 아이돌 콘서트 피켓팅에 성공하다!

어느 평일 늦은 밤,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가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공손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사춘기 딸이 눈에 힘을 빼고 공손한 목소리의 에티튜드를 취한다는 것은

엄마에게 매우 중요한 부탁을 하겠다는 신호이다.


"엄마, 나 아이들 콘서트 가고 싶은데 티켓 사주시면 안 될까요?"

 

딸은 (여자) 아이들의 찐 팬이다.

벌써 몇 년째 (여자) 아이들의 앨범과 포카를 모으고 있고 틈틈이 포카를 만드는 게 취미일 정도이다.

아이 방 한편에는 (여자) 아이들 Zone이 별도로 있을 정도로 굿즈도 상당하다.


나도 좋아하는 가수가 있기에 아이의 마음이 100% 이해가 갔다.

하지만 아직 초등학생 혼자 콘서트장에 가긴 걱정스러우니 엄마랑 같이 가자고 얘기를 해두었다.


다음날부터 나는 폭풍검색을 통해 아이돌가수 콘서트 티켓 구매 팁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콘서트 티켓팅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은 피 튀기게 어렵다 해서 일명 '피켓팅'으로 불리고 있었는데 팬클럽에 가입하면 '선예매' 기회를 주기에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면 위버스 팬클럽에 가입하는 것이 필수였다. 물론 이 팬클럽 멤버십은 유료이다. 그리고 선예매 티켓은 오직 1장밖에 구매할 수 없었다.   


온라인에는 티켓팅에 성공할 수 있는 다양한 팁들이 있었다.


먼저, 인터넷 속도가 빠른 PC방이 유리하고

티켓팅이 튕기지 않도록 사이트 팝업창 설정도 미리 체크해야 하고

선호 좌석을 미리 결정해 두어야 몇 초라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결제는 반드시 무통장입금으로~


팁을 여러 번 읽어본 나는

우선 (여자)아이들 팬클럽에 가입했고 집 근처 괜찮은 PC방 위치를 알아두었다.

그리고 미리 티켓팅 사이트에 들어가

이미 티켓이 판매 중인 공연을 대상으로 티켓팅을 연습해 보았다.


드디어 티켓팅 당일이 되었다.


티켓팅은 저녁 8시였지만 아침 8시부터 긴장이 몰려왔다.


등교하는 딸을 학교에 내려주는데 아이가 진지한 목소리로

"엄마 오늘 중요한 날이란 것을 잊지 마세요!" 한다.


긴장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퇴근 후 7시 반 정도에 PC방에 도착했다.


그런데 PC방을 20여 년 만에 가봤더니 어떻게 이용하는 지조차 몰라 한참을 헤맸다.

요즘 PC방은 키오스크를 통해 선결제 후, 좌석을 이용하는 시스템이었다.


한참을 헤매다 드디어 자리에 앉아 티켓사이트를 열었다.

그리고 핸드폰에도 똑같이 티켓사이트를 열어두었다.


그리고 8시 정각이 되는 순간 새로고침을 누른 후

티켓 구매를 클릭했는데!!!!!!


PC모니터 상 내 대기 순서는 4500번대 후반이었다.


내 뒤에는 무려 1만여 명의 대기도 있었다.



핸드폰 속 대기는 1만 번 대 이후였다.


세상에....


팬클럽 유료 멤버십까지 구매해서 선예매 티켓 기회를 얻었고

정시에 땡 하고 들어왔는데 내 앞에 4000명이 넘게 있다니

새로고침 하면 더 뒤로 밀린다는 팁을 보았기에 일단 호흡을 가다듬으며 기다리기 시작했다.


마침에 인고의 시간을 보낸,  20여분 뒤~


드디어 좌석 지정 메뉴가 열렸고

욕심내지 않고 미리 보아둔 구역을 클릭해

남아있던 두 자리 중, 한 자리를 구매할 수 있었다.


얼마나 기뻤는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내가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에 성공하다니!


그리고 학원에 있는 딸에게 문자를 보내 이 사실을 알렸다.


한참 뒤 딸에게 온 문자에는 딸아이의 환호가 담겨있었다.


사실 딸아이는 티켓팅 일주일 전부터 밤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한다.


엄마가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몰라 성공할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잠이 잘 오지 않았다고 한다.


"맞아. 엄마도 그랬어. 엄마도 좋아하는 가수를 직접 볼 수 있다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려!"


이제 딸아이는 콘서트를 기다리는 동안 팬들과 함께 나눌 굿즈를 만들겠다고 한다.

앞으로 50일 정도 남은 기간 동안 딸아이는 행복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나도 행복할 것은 분명하다.


그나저나 피켓팅 성공하느라, 나 정말 수고했다!


이젠 내 가수 티켓팅도 성공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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