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는 첫 생일

by 풍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오늘이 무슨 날인지에 대한 확인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하루일지 몰라도, 제게는 한 번쯤 멈춰 서게 만드는 날이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먼저 연락을 했을 시간이고, 가장 먼저 축하를 건넸을 사람이 떠오르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그 말을 건넬 수 없다는 사실이 먼저 마음을 눌렀습니다.

당신의 생일은 늘 조용히 챙겼습니다. 대단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작은 케이크 하나와 짧은 인사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올해도 건강하자.”라는 말이 습관처럼 오갔고, 내년에는 더 웃으며 보내자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 반복이 당연했고, 그래서 영원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늘은 케이크를 사지 않았습니다. 초를 꽂을 자리도, 노래를 부를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괜히 빵집 앞을 지나치며 잠시 멈췄습니다. 유리 진열장 안의 작은 케이크들이 낯설게 보였습니다. 작년 이맘때 당신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촛불을 끄기 전에 잠깐 눈을 감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장면이 아련해서 그런지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휴대전화 속 연락처를 한참 바라보다가 화면을 껐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자정이 되기 전에 미리 메시지를 남겼을 것입니다. “생일 축하해.”라는 말은 짧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꽤 길었습니다. 이제는 그 문장을 어디에도 보낼 수 없습니다. 축하의 문장이 갈 곳을 잃은 채로 제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루는 평소처럼 흘렀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저녁이 되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 변화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소한 순간마다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예전에 생일이면 좋아하던 음식이 식탁에 올랐고, 괜히 그 메뉴를 피하게 되었습니다. 기억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불쑥 나타났습니다.

당신 없는 첫 생일은 생각보다 조용했습니다. 크게 울지도 않았고, 누군가에게 이 날을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하루 종일 마음 한쪽이 비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축하할 사람이 없는 생일은, 남은 사람에게 조용한 질문을 남깁니다. 우리는 이 날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예전의 사진을 꺼내 보다가, 다시 덮었습니다. 웃고 있는 얼굴을 오래 바라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생일은 원래 한 사람의 존재를 기념하는 날이었는데, 이제는 그 존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날처럼 느껴졌습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다른 누군가는 축하를 받고, 촛불을 끄며 소원을 빌었을 것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흐름에서 잠시 비켜 서 있었습니다. 그 사실이 슬프다기보다는, 어딘가 낯설었습니다. 예전에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는데, 이제는 다른 자리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정이 가까워졌습니다. 하루가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안도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날을 무사히 지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루는 흘렀지만, 제 안에서는 분명히 다른 하루였습니다.

당신 없는 첫 생일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축하의 말은 건네지 못했고, 초는 켜지지 않았으며, 노래도 없었습니다. 대신 조용한 기억이 하루를 채웠습니다. 어쩌면 생일이라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만의 기념이 아니라, 남은 사람이 마음속에서 다시 한 번 그 사람을 떠올리는 날인지도 모릅니다.

내년 이 날이 오면, 조금 덜 아플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오늘을 지나며 알게 된 것은 하나입니다. 축하하지 못한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말은 어딘가에서 여전히 머물러 있다는 것.

당신 없는 첫 생일은 그렇게, 조용히 끝났습니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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