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내 기운은 하염없이 아래로 내려간다. 배 허리는 끊어질 듯 아프고, 각종 활기는 모두 안녕이다. 그럴 때 나는 질펀한 늦잠을 잔다.
냄비 소리가 우당탕탕, 싱크대에서는 물이 콸콸. 아냐 괜찮아 내가 할게, 하며 달려 나가고 싶어도 일단은 비몽사몽 죽은 듯이 누워있다. 사실은 다 듣고 있었다. 중력에 터무니없이 지고만 몸을 이끌고 나왔다. "깜짝 놀랄걸" 하는 부처의 미소. "따듯한 국이 당길 것 같아서." 그의 소고기뭇국은 또 처음이다. 따듯함이 온몸에 퍼지며 기운이 차오른다.
너무 맛있었다.
잡내 하나 없이 달큼하고 적당히 간이 배어 있는 고기가 참 고소해 다른 반찬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는 유독 고기 냄새가 싫어졌던 나인데. 어떻게 고기 잡내 없이 끓였는지 물었더니 비밀이란다.
올해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것을 통해 우리 가족은 더 단단해졌다. 그 단단함은 사랑에 대한 집착이 아닌, 예의와 존중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 외엔 잡내에 가깝다. 사실 그것이 여러 종류의 관계에 적용된다는 걸 느낀 한 해이기도 했다.
나는 나의 남편을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 몇 가지 일을 통과하며, 존경하는 마음은 더 자랐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보니, 변한 것은 나더라. 온갖 잡내에 가려져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이다.
별짓을 다해도 나는 고기 잡내를 없애지 못했다. 그리고 알았다. 고기 잡내를 없애는 건, 기술이 아니다. 그것에 대해 아예 인식조차 하지 않음으로 가능한 것이다. 마음이다. 마음이 그렇게 한 것이다. "절대 빨간 고양이를 생각하지 마"라고 했을 때 빨간 고양이가 떠오르듯, 잡내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잡내를 더 감각하게 만든 것이다.
지난 묵은 잡내는 이제 내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따듯한 고깃국을 보면 되는 거였다. 새로운 한 해에는 그렇게 고깃국을 맛있게 먹고 싶으면 고깃국만 먹어야지, 호로록, 따듯하게, 맛있게.
깜짝 놀랄걸. 부처의 미소, 둥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