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2년차에 경험한 네번째 이야기
“크레인 트럭이 빠진다고 했잖아요! 트럭의 앞부분에 크레인이 달려있어서, 9톤이 넘는 무게예요. 진흙탕에서 빼내기가 쉽지 않아요.”
굳이 크레인 트럭을 내 밭 안쪽까지 운전하게 한 나를 보며, 트럭 운전사가 원망섞인 목소리로 항의하였다. 그는 원주에서 농막으로 쓸 컨테이너를 싣고 내 밭이 있는 횡성군 둔내면으로 왔다. 컨테이너를 설치해야 할 곳이 내 밭의 제일 안쪽 부분이었다. 밭 입구에서도 50여미터를 들어가야 했다
“컨테이너를 제 위치가 아닌 밭 입구에 놓고 가게 되면, 나중에 다시 옮겨야 하잖아요. 포크레인을 다시 불러야 해서, 운반비가 추가로 들어가게 되고요.”
나는 화를 내는 트럭 운전사에게 설명을 하였다. 크레인 트럭이 진흙탕에 빠져버린 것은, 2024년 1월초였다.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땅이 딱딱하게 얼지 않아서, 무거운 트럭이 밭으로 들어가기 어려웠다. 오히려 며칠전에 내린 눈이 녹아서,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칠수록, 트럭의 바퀴는 더 깊이 흙 속으로 파고 들었다.
컨테이너는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창고로 사용하던 것이었다. 밭에 설치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인 6평짜리였는데, 매물로 나온 다른 중고 제품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남녀 화장실이 있는 중고 화장실도 저렴한 가격으로 같이 구입할 수 있었다.
문제는 운송비였다. 컨테이너를 들어서 실을 수 있는 크레인이 달린 트럭과 함께 화장실을 옮길 수 있는 트럭을 빌리는데, 1백만원이 소요되었다. 물건을 산 가격과 비교하면 운송비가 터무니없이 비쌌다. 그나마 이것도 골프장측에서 싸게 빌려준 것이었다.
농막용 컨테이너 설치는 내 밭에 농장을 만드는 첫번째 작업이었다. 농막이 제자리를 잡아야, 주변에 저장고, 지하 관수시설, 창고용 하우스, 화장실 등의 부대시설이 제 위치를 잡을 수 있었다. 농막용 컨테이너를 제일 먼저 설치한 이유였다.
그날 결국 크레인 트럭을 진흙탕에서 빼내기 위해 큰 포크레인을 부를 수밖에 없었고, 크레인 트럭이 다른 일을 못하게 된 보상까지 해야만 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작업이 되고 말았다.
농막용 컨테이너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것만으로 설치가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받침돌을 사방에 괴어 놓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땅의 수분이 올라와서 컨테이너가 쉽게 녹슬게 되고, 바닥에 깔린 나무판자도 오래 가지 않는다. 받침돌을 컨테이너 밑에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포크레인이 필요했다.
2024년 3월 중순 지하수 관정을 파는 작업을 진행했다. 토마토를 비롯한 작물들에게 물을 관주해주기 위해서는 지하수가 필요했다. 이 작업을 진행할 때 포크레인이 와서, 하루동안 작업을 해야 했다. 이 포크레인이 왔을 때, 컨테이너의 받침돌을 괴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컨테이너를 농막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은 더 남아있었다. 컨테이너의 바닥에 얇은 나무 판자가 깔려 있었기에,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또한 자칫 나무 판자가 부서질 수 있었다. 컨테이너 바닥에 두꺼운 스티로폼과 나무 판자를 덧대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이런 작업에 능숙한 종석이의 도움을 받았다. 철물점에서 필요한 크기의 스티로폼과 나무 판자를 구입해서 밭으로 옮겼다. 평소 종석이는 집에서 목공작업을 하곤 했었다. 필요로 하는 기계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 날도 스티로폼과 나무 판자를 적당한 크기로 자를 수 있는 원형 톱을 준비해 왔다. 종석이가 도와준 덕분에 쉽게 설치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컨테이너가 농막 기능을 할 수 있게 변하였다. 전년도에 임대한 비닐하우스에 보관되어 있던 내 짐들을 옮겨올 수 있었다. 농막안에 들어가야할 것들이 많아서, 철제 선반을 두개 구입해서 설치하였다. 각종 친환경 비료와 농약재료들은 비에 젖으면 안되기 때문에, 농막 안에 가져다 놓았다. 평상시 농사에 필요한 각종 자재들도 철제 선반에 잘 정리해 놓았다.
농장 만들기의 첫번째 작업은, 컨테이너를 옮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보수작업까지 다양한 작업과정을 거쳐서 완성되었다. 지난한 농장 만들기의 출발점을 알리는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