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는 나를 말한 걸까
어린 시절 못 먹는 음식이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중에서 나는 편식이 좀 심한 어린이 었다. 닭껍질을 먹지 못해 치킨을 먹을 때는 튀김옷을 다 발라서 먹었고, 삼계탕은 껍질을 바르기 힘들어 기피 음식 1호였다.
또 감자, 옥수수 같은 구황작물도 좋아하지 않았어서 반찬으로 감자볶음이 나오면 손도 데지 않았다.
그 정도로 음식에 관해서 금쪽이는 나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아빠는 모든 다 잘 먹는 딸을 원하셨고, 내가 편식하는 모습을 극도로 싫어하셨다. 아직까지 기억나는 어린 시절의 일화가 두 개 있다.
먼저 첫 번째는 감자 사건이다. 엄마가 찐 감자를 하나씩 쥐어주며 “이거 다 먹고 놀이동산 가자!”라고 말하셨다.
구황작물을 싫어했던 나는 먹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모습을 본 아빠는 “이거 다 안 먹으면 두고 갈 테니, 알아서 해”라고 말씀하시며 감자를 드셨다.
그렇게 온 가족이 함께 웃으며 떠난다고 상상한 놀이동산은 내 상상 속의 놀이동산이 되었다.
감자를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를 뺀 세명의 식구는 놀이동산으로 갔다. 가기 전 아빠는 나에게 말씀하셨다. "우리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감자를 먹지 못하면 너 진짜 호적에서 파버 린다."
그 말에 울면서 감자를 먹었다. 마요네즈에도 섞고, 설탕도 찍어가면서 먹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다 먹지 못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집에서 돌아오셨을 때 감자를 다 먹지 못한 저의 모습을 보시고는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너는 감자 하나 못 먹고, 진짜 한심하다. 어디 가서 내 딸이라고 말하고 다니지 마”
감자를 못 먹는 것도 슬픈데 그 말도 너무 슬퍼 방에 들어가서 한참을 울었다.
두 번째는 팥칼국수 사건이다. 팥도 좋아하지 않는데 그걸로 칼국수를 만들어서 먹는다니, 나에게는 최악의 조합이었다.
동짓날만 되면 엄마는 큰 솥에 팥칼국수를 끓여 나눠주셨는데, 그날은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모든 가족이 맛있게 먹는데 팥칼국수 하나 못 먹는 나를 보며 진짜 주어온 딸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부모님께 도저히 팥칼국수를 먹지 못하겠다고 울었다.
이번에도 아빠는 화를 내셨지만 이제는 포기하셨다. 그 이후로 동짓날 혼자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다른 가족들은 모두 팥 칼국수를 먹었지만 말이다.
오은영 박사님은 아이들이 9~10살이 되기 전 싫어하는 음식에 대해 그냥 먹이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엄마나 아빠가 그 영상을 보셨으면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이지는 않으셨을 거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있다.
엄마에게 그때에 대해 기억이 나느냐고 여쭤보면 "네 아빠가 너를 이기기 위해 억지로 먹인 것 같아. 결국 편식은 고쳐지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때 홀로 음식과 싸웠던 나를 위로해주고 싶다. 싫어하는 음식은 억지로 먹지 않아도 된다고, 세상에는 더 많은 맛있는 음식들을 먹는 시간도 부족하니 좋아하는 음식들로 세상을 채워 나가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