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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언니 Nov 29. 2021

로컬데이터 관점으로 본 도시재생 Vol.1

송정동 골목정원사업 대상지 발굴을 위한 로컬데이터 활용

근린재생형 도시재생 현장에서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은 아마도 ‘주민의견수렴’이라는 용어일 것 이다. 특히 마중물사업을 기획하거나 실행하기 전까지 끊임없이 여러 방법으로 주민의견 수렴을 진행한다.

주민설문조사, 의제발굴 워크숍, 공간기획워크숍, 사업추진협의회 등 도시재생단계별로 다수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서울시 성동구 송정동은 2018년에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으로 선정되어 현재 실행단계에 들어간 도시재생지역이다. 앞선 3년간 다양한 방법으로 주민의견수렴과정이 있었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활성화계획이 수립되어 올해부터 그 사업들이 실행되고 있다.


도시재생 현장 코디네이터로, 그리고 실행단계에 사업실행을 지원하는 역할로 6개월 남짓 있으면서 계획과 실행간의 간극이 생각보다 크다고 느꼈다. 계획된 사업 실행중 부딛히는 주민들의 반대의견의 정도가 과연 이 사업이 주민의견수렴을 통해서 발굴된 사업이 맞나 생각이 들 정도로 강했다. 이 외에도 계획상의 사업대상지 현황이나 관련 법률 등을 재검토해야하는 상황도 다양하게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송정동만의 경우일 수도 있지만 사업 발굴과 계획을 위한 주민의견수렴 과정과 그 결과가 사업 실행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사업의 계획과 실행 단계 사이에서 이런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런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송정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는 현장기반 지역 현황과 데이터로 예정된 사업중 하나인 '골목정원조성사업'을 세밀하게 들여다 보기로 했다.


 '골목정원조성사업'은 송정동의 특색인 골목길에 주민들이 가꾸는 녹지(화분 등)을 조성하여 경관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녹지를 조성할 공공부지가 전무한 골목길현황에 따라 주로 사유재산 영역인 주택의 벽면이나 전신주 하부 공간 등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계획되어있다.

[사업 대상지 위치 및 조성 예시]

이 사업은 대상지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화단 및 녹지, 벽면녹화 등 대부분의 요소가 사유지 영역에 설치되고 이를 유지 관리하는 주체 또한 해당 골목길 주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계획상의 대상지가 이런 부분을 고려하여 선정된 대상지인가? 다른 골목길보다 협조 가능한 주민이 많고 녹지조성에 유리한 현황을 가지고 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사업을 실행하기 전에 사업의 핵심을 파악하고 그것들이 가능한지, 효과가 있는지를 물어보고 그것에 대답할 수 있는 검토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런 고민 전에 실행을 추진한 마중물사업은 굉장한 난항을 겪는 중...)


우리는 골목정원사업을 실행하기 전에 위와 같은 질문을 했고 로컬데이터(현장기반 지역현황과 데이터)로 그 대답을 찾아봤다. 


송정동에 있는 골목길 중 골목정원조성사업에 가장 적절한 골목길은 어디인가?

1. 골목정원조성사업의 핵심을 파악한다.

2. 핵심요소와 관련성 있는 데이터를 조사한다.

3. 조사한 데이터를 목적에 맞게 분석한다.

4. 결과를 도출한다.


골목정원사업의 핵심요소는 녹지를 조성할 수 있는 공간과 유지관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주민참여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에 해당하는 관련 데이터 항목을 아래 사진과 같이 정의하였다.

골목정원사업 핵심요소 및 해당 데이터 항목

위의 1~3번 항목을 조사하기 위해 조사 범위를 설정하였는데, 골목정원사업을 할 수 있는 골목길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다. 실제로 기존 계획상 대상지 중 한 곳은 한쪽 입면이 건물의 뒤편이라 녹지 조성이 어려운 상황인 경우가 있었다. 

골목정원사업 골목길 선정 범위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조사범위를 한정했다.

1. 4미터 이하 차량통행이 어려운 골목길

2. 거주자우선 주차구역 또는 상시주차 차량이 없는 골목길

3. 길 양측이 건물의 앞면(입구)으로 형성된 곳

4. 100m이상 직선경관을 갖는 구간 (경관개선 목적을 위해)

[4미터 이하 전체 골목길 / 골목정원사업 조성 가능한 골목길 구간]

송정동 내 4M이하 거주자우선 주차구역이 없는 골목길은 총 35개 구간이며, 이미 골목길 정비사업이 진행된 구간은 3개소로 조사되었다. 이중 위 4가지 원칙에 해당하는 구간은 11개 구간으로 좁혀졌다.

해당 구간에 대한 조사는 현장 전수조사로 진행되었고, 조사된 데이터는 맵핑과 엑셀 목록 데이터로 정리하였다.

[핵심요소 관련 데이터 조사 현황]

이렇게 조사 및 정리된 3가지 데이터 항목을 구간별로 정리하고 해당 구간별 분포 값의 평균으로 구간별 순위를 도출하였다. 각 사업 핵심요소가 골고루 많이 분포한 구간이 골목정원사업 대상지로 적절하다는 가정하에 이러한 분석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로 11개 구간 중 상위 5개 구간을 아래 사진과 같이 도출할 수 있었다.

[구간별 데이터 분석 및 분포 시각화]
[골목정원사업 대상지 선정을 위한 데이터 분석 결과]

기존 계획상 대상지와 동일한 구간이 2개소, 다른 구간이 3구간이 나왔다.

이 결과가 꼭 기존 대상지보다 좋다, 더 효과적이다,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송정동 도시재생 마중물사업 중 가장 비중이 낮은 사업(예산상)에서 대상지 하나를 선정하는데 이렇게 수고스러운 방법을 시도해본 이유는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계획과 실행단계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 간극의 문제는 주민들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거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실제로 나타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로컬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업과 지역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관적인 주민의견을 다수 모은다고 해서 그것이 공공성이나 객관적 결과라 판단한다면 실제 실행 과정에서 다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앞의 소소한 데이터 조사 및 분석과정은 현장코디네이터들의 작은 고민에서 시작해서 작은 결론을 도출해본 시도였다. 이러한 고민과 시도가 반복되고 로컬데이터의 관점으로 지역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지금 비판받고 있는 도시재생 영역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로컬데이터 관점으로 본 도시재생 두 번째 고민은 이해관계데이터에 기반한 주민의견수렴 방법이다.

지역에는 여러 이해관계그룹이 존재하고 상황에 따라서 의견들이 충돌하곤 한다. 이러한 그룹들이 도시재생사업 안에서 의사 결정하는 기존의 방법을 돌아보고 이것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인지 공공성과 객관성을 가질 수 있는지 되짚어보고자 한다.

도시재생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소수 그룹의 주민 유형과 데이터 관점으로 분석한 지역의 생활인구유형의 비교 분석을 통해 객관적이고 공공성 있는 의사결정을 위해 주민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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