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팀장의 찐 리더 되는 법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지금,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모바일 웹에서 뉴스창을 무심코 열어만 봐도 현기증이 난다. 동일한 이슈도 수십 가지 헤드라인으로 장식된다. 전하고자 하는 사실은 간단할 텐데 왜 그렇게 기사도 많고 복잡하게 쓴 글도 많을까? 혼란스럽다. 인간은 같은 것을 봐도 서로 다르게 받아 드리는 특성이 있다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 사람들은 복잡한 정보를 접하면 같은 내용을 봐도 본래 뜻과는 다르게 이해하기 쉽다. 회사 업무를 하면서도 이런 문제는 흔히 마주친다.
일반적으로 업무는 이메일이나 보고서를 통해 이뤄진다. 팀원에게 업무 요청을 하거나 일을 알려 줄 때, 미사여구나 완곡한 표현이 가득하다면? 복잡하고 불명확한 표현으로 지시하거나 호흡이 매우 긴 문장으로 작성된 이메일로 업무 요청을 한다면 상대가 이해하기가 어렵다. 무의식 중에 또는 있어 보이기 위해 외래어를 많이 쓰는 것도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요소이다. 아래의 이메일 예문을 보자.
홍길동 씨께,
작일 OO 제품 생산 중에 발생한 issue에 대해 investigation 해 보면서, 과거 다른 project에서 어떻게 했는지 고려해서 의견을 제시해주면 좋겠고, 적절한 형식으로 보고될 수 있도록 정리해서 주시길 바랍니다.
어떤가? 읽으면서도 뭔가 시원하게 읽히는 맛이 없다. 반복해서 읽어도 정확하게 무엇을 요청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해석이 필요하다. 토익 시험도 아닌데 해석이라니! (만약에 단박에 읽고 이해했다면 축하드린다! 당신은 경영진의 사랑을 듬뿍 받을 분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업무 지시가 반복된다면 리더십을 잃게 될 것이다. 팀원들은 미소를 잃고 낮은 업무 성과로 보답할 것이다. 위 이메일은 다음과 같이 고칠 수 있겠다.
홍길동 씨께,
어제 OO 제품 생산 중 발생한 오염 이슈에 대한 원인과 대응책에 대해 보고 바랍니다. 2021년 4분기 때 XX 제품 생산하면서 같은 문제로 조치를 취한 바 있어 참고 가능합니다. 내일 퇴근 전까지 보고서로 보고 부탁합니다.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이다. 업무 지시를 내릴 때 정확히 무엇을 언제까지 요청하는지 뚜렷하게 말해야 한다. 직접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가독성을 위해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장에 있어 쉼표를 되도록이면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한 문장 안에서 쉼표 두 번 이상은 안된다. 리더는 소설가가 아니다. 팁으로 팀원들은 과거 업무 이력을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된다. 무엇을 요청할 때 아무리 바쁘더라도 내 기억을 되살려 최대한 알려 주면서 업무 요청을 하자. 팀원들로부터 사랑받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제20대 대선 열기가 뜨겁다. 최근 모 대선후보의 SNS 공약 중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어서 가져와 보았다.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짧고 명료한 메시지다. 이 선거 전략은 MZ 세대인 20-30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해진다는 점이다. 비록 어떻게 실천할지 대책이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이런 표현은 정치에 관심 없는 국민들조차도 공약을 쉽게 알 수 있게 만든다. 현재 회사는 MZ 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팀원들과 업무를 위해 소통할 때 말과 글을 최대한 단순히 쓰도록 습관화해보자.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소신껏 투표 꼭 하시길 바랍니다.)
팀장의 하루 일과 대부분은 팀원과 소통하며 업무를 지시하고 가이드하는 것이다. 리더의 간결하고 명료한 소통 방식은 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팀원들을 구해낸다. 간단한 말과 글,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핵심만 담을 수 있도록 늘 노력하자. 말을 할 땐 목적이나 결론부터 말해보자. 그러고 나서 세부적으로 말하는 것이 도움된다. 글을 쓸 땐 쓰고 나서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자. 이해하기 어려운 글은 내 입에서부터 막힐 것이다. 리더는 선장이다. 그들과 나는 한 배를 탔다. 거친 풍랑 속에서 팀원들이 길을 잃고 헤매지 않게 정확히 방향을 알려 주는 나침반이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