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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kyou Apr 06. 2022

넘으려구요? 이 선은 사선(死線)입니다.

박 팀장의 찐 리더 되는 법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종종 당황스러운 일이 생긴다. 가령 다른 팀에서 자기 팀 일을 아주 당당히 요청해 오는 경우나, 우리 팀 일인데 다른 팀에서 감나라 배나라 하는 경우 말이다. 이것뿐이겠는가. 같은 팀 내에서도 서로 자기 일이 아니라며 떠넘기는 곤란한 상황도 생긴다. 무엇이 문제인가. 구성원 간에 역할과 책임 (Role & Responsibility (R&R))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이다. 이 R&R이란 녀석은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어떤 식으로든 쉽게 침범할 수 있고 쉽게 서로의 얼굴을 붉히게 만든다.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 팀원들이 어떻게 되겠는가. 아우성은 불 보듯 뻔한다. 상위 보직자들은 업무 성격별로 큰 틀에서 하위 그룹의 업무를 구분하고 개편한다. 애석하게도 상위 보직자는 세세한 실무까지 알지 못한다 (아는 것이 이상하다). 특히, 개편 후 새로 만들어진 팀은 조각을 하기 위해 가져다 둔 그냥 돌이다. 이대로 손 놓고 ‘아, 우리 팀은 이런 일을 하는 곳이구나’하고 있는다면 카오스가 펼쳐지는 진풍경을 맞게 될 수 있다. 처음 리더가 되면 바로 이 R&R 정립을 세밀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 지상 과제다. 팀의 R&R이 무엇인지부터 빠르게 정의하고, 팀 간에 R&R을 분명히 해야 한다. 누굴 위해서? 팀원을 위해서! R&R상에 이상한 점은 없는지 팀원 입장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야 한다. 이렇게 확립된 R&R을 기반으로 팀원 간, 팀 간의 R&R을 명확히 구분해 주어야 한다. 돌을 멋지게 조각해야 한다.


팀원들에게 어떻게 이 R&R이란 것을 인식시켜 줄 수 있을까? 회사가 생각이 있고 R&R의 중요성을 잘 알아서 시스템화 되어 있다면 정말 다행이다 (부.. 부럽습니다..!). 이렇지 않은 경우가 문제인데 혹시 이러쿵저러쿵 말만 하거나, 이메일로 틱 던져 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시는가. 안된다. 말은 깃털처럼 가볍고, 넘쳐나는 이메일 속에 금방 잊힌다. 나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써보았다.


• 같은 제목의 이메일 체인으로 업무 공지해서 기록 남기기 (이메일을 통째로 저장하는 방법)

• 팀 업무 및 상세 절차에 대한 문서화 (e.g., 워드 파일에 업무 별로 상세 절차에 대해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순서 기술)

• 팀원 간의 역할 문서화 (e.g., 팀에서 담당하는 문서 목록 별로 실무자 지정하여 엑셀에 기록)

• 팀 업무 관련 유관 부서 역할 문서화 (e.g., 팀에서 담당하는 문서 목록 별로 해당 문서 검토하는 유관 부서 상세하게 엑셀에 기록)


한 번의 정리가 끝이 아니다. 팀원들에게 검토받고 의견 일치를 꼭 이루자. 확인이 필요한 점은 끝까지 확인해서 서로 이해를 같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방법으로 팀 간, 팀원 간에 R&R을 명료하게 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팀원들이 상시 확인할 수 있게 하면 더욱 좋다 (리더의 희생은 눈물겹다).


끝으로 리더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팀 간에, 팀원들 간에 R&R도 중요하지만 팀장과 팀원 간의 R&R 중요성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려 한다 (어떤 면에선 가장 중요하다). 대등하지도 않은 수직관계에서 이것은 무슨 소리인가 하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팀장의 역할은 팀 업무가 전체적으로 잘 굴러가게 만드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만약 리더가 실무자의 업무 영역으로 넘어가 사사건건 참견하고 지시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다음의 글을 보자.

심리학자 로딘과 랭어의 유명한 실험이 있다. 그것은 요양원 노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동일하게 일주일에 한 번 영화를 볼 기회와 식물 한 그루를 주었다. 단, 한 그룹에게는 키울 식물을 직접 고르고 언제 물을 줄지도 스스로 정하게 했으며, 영화도 언제 볼지 선택하게 했다. 그러나, 또 한 그룹에게는 직원이 모든 것을 선택해서 지시했다.

18개월 뒤 실험자들은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다. 전자의 그룹의 노인들이 더 행복하고 건강했을 뿐 아니라 사망자 수가 절반에 불과했다. 실험자들도 수명의 차이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신수정의 [일의 격]-

팀원들에게 합리적으로 역할 분담을 시켜주고 그들에게 맡겨 보자. 믿고 맡기면 그들은 일속에서 자유를 그리고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이것은 배움으로 그들을 인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팀장들은 중간중간 업무 현황을 점검하면서 일의 흐름을 좇으면 된다. 팀원들이 어려움을 느낄 때 혜성처럼 등장해서 바른 길로 가이드를 해주자.


R&R은 이렇듯 미묘하다. 리더는 계속 펜으로 칠하고 덧칠해서 R&R이란 선을 아주 선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 선은 사선(死線)이기 때문이다. 모두 펜을 손에서 놓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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