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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 별 Aug 28. 2022

제 13화 병원에서 길찾기

과거의 기억보단 오늘의 힘으로

서울대 병원을 가게 되었다. 남들은  치료를 잘하고 훌륭한 의사가 많고 큰 병원이니 당연히 선호하는 병원이다. 그렇지만 난 제법 먼길이라 생각하고 우리 동네 종합병원을 다녔다.


하지만 입원을 하고 검사하는 과정에 예기치 않은 뇌하수체에 종양이 발견되었다. 갑상선에도 결절이 그리고 메니에르에 돌발성 난청을 겪게 되니,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여러 가지 질병이 함께 온 것에 대한 힘겨움에 서울대 병원을 다시 찾게 되었다.


예전에 아픈 기억으로 아니 힘든 기억으로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이 많았던 곳 중에 하나인 병원이었는데.


한참 아이를 키울 때는 일에 푹 빠져 사는 남편 덕에 아이와 함께 다니는 진료는 항상 나의 몫이었다.

특히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들은 소아과, 소아심장, 소아치과, 소아비뇨기과(?), 소아정신과까지  얼핏 기억으로 6개의 과를 다녔고 잘 기억했다 진료를 받아야 하는 일상 적인 일이었다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아이를 챙겨 병원 진료 시간을 맞춘다는 건 그날 새벽부터 나의 모든 준비는 끝나 있어야 했고 아들의 준비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만 맞출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니 그날 아침의 긴장이란 가볍지 않았다

그중엔 소아치과진료 시 경험했던 기억도 한몫을 했다.  어느 진료가 있던 날 주차장에 유난히

차가 밀려 차를 주차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예상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어 버렸고 

늦어진 상황에 다음 환자들은 예약진료이다 

보니 진료가 불가 하니 다음에 

다시 오란 통보를 받았다.


아니 어떻게 준비해서 왔는데 난 억울한 상황에

내가 늦은 게 아니라 주차관리를 하지 못한 병원 탓이고 난 병원에 도착 한건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은  난 아들을 데리고 다시 예약을 하고 힘없이 돌아와야만 했다.  그때는 왜 그리 마음이 야무지지 못했는지

"그럼 말라고 해""뭐야 이런 경우가" "됐다 그래."

혼자 화를 낼 만도 한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계속 울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준비해서 왔는데 의정부에서 밀리는 시간까지 예상해 그렇게 일찍 준비했는데 라며 억울함에 눈물만 흘렸었다


심장이 좋지 않은 아들에겐 충치가 생기는 건 정말 위험한 신호라는 걸 알기에 혹여 충치가 생겼다면 잘 치료를 해주어야 했다 아니 관찰과 예방도 잘해야 했다.


하지만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과잉행동까지 있는 아들을 보고 충치 치료는 전신마취를 하자고  담당 선생님이  진료 후 얘기를 하셨다.

난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너무 아찔했다  잠복고환 수술을  앞두고 있었고 심장수술과 언제 또 무슨 수술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있는 아들에게 전신마취라는 게 안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단 생각과

혹여 심장이  좋으니 마취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응 불안함에 교수님을 붙잡고 빌기 시작했다 


힘든 상황은 알겠지만 제발 부탁드린다고 전신마취를 몇 번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치과치료까지 그렇게 한다면 제가 두려워 죽을 것 같다고 제발 살려달라고 제가 어떻게 해서든지 아이를 꼭 잡겠다고~

나이가 지긋한 장애아이 전담 진료를 하시던

교수님은 간절하게 부탁하는 나의 모습에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하셨고 치료를 하는 그날은 붙잡고

진정시키는 치과 샘들만 삥 둘러 4분이 오셨다


그리곤 몸 부리치고 계속 괴성을 질러되는 아들을 잡고 치료를 하게 되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난 또 후회를 했다 아이가 저렇게 힘들어하는데 전신마취가 맞는 방법이 아니었나 하면서......,


그땐 그랬나 보다 어느 것 하나 야무지게 해야겠다 보다는 고민하고 또 돌아서 후회도 하는 특히 서울대병원에서의 일들이 더 그러했던 것 같았다. 유난히 힘든 기억이 있다 보니 아들을 잃고 나서는 사실 다시 올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시 온 그날은 정문을 지나는 순간부터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마침 어린이병원에서 수납을 하고 어찌 찾아가란 안내서 덕에 어린이병원을 들어가는 순간 너무나 변해버려 길을 찾을 수 없게 된 나는  그 생각을 벗어나 몇 층까지 올라갔다 지하까지 내려갔다 별관까지 갔다 A구역에 수납을 하고....., 결국에 길을 못 찾아서 진료시간보다 훌쩍 늦어버렸고 수납을 엉뚱한 곳에 해서 취소처리를 하고 수납을 다시 하기까지 했다


마음이 이상했다  과거에 머물러 있었기에 현실에 나는 적응을 못하는  같은 생각에,

간신히 찾은 진료실엔 다행히 무척이나 친절한 간호사 선생님이 있었고 마침 바로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기에 진료를 바로 볼 수 있었다.


메니에르 약을 계속 먹고 있다 보니 긴장으로 인해 힘이  들었는지 의자에 고개를 젖히고 완전히 지쳐버리곤 말았다.  


그리고 드는 생각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은 그만, 오늘은 나의 일을 잘 챙겨보자고 진료를 마친 나는 , 꼼짝도 못 한 체 한참을 앉아 생각을 정리해 본다.


그리고 잘해보자 과거의 슬픈 우리 관계 대신

 부탁해 보고 나에게도 잘해보자고 격려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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