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인식의 변화부터
하루 확진자 60만 명의 시대.
코로나 걸린 것이 무슨 대수라고 이렇게 글까지 쓰는가.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거창한 후기를 쓸 만큼 희귀하고 재밌는 일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내가 후기를 쓰게 된 계기는, 단순한 유행병이라고 가볍게 넘길 만큼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아팠다. 그래서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코로나가 궁금한 (아직 확진되지 않은 선택받은) 분들께 도움이 되려고 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를 걸리면
이라고 손가락질 받았다. 극히 초반에는 정부는 코로나 확진자의 경로까지 공개했으며, 대중은 그에 대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곤 했다. 사람들이 코로나를 걸리지 않으려고 조심했던 이유 중 하나가 사생활 보호 아니었는가. 코로나로 인한 성소수자, 여성, 인종, 국적, 지역 등의 혐오는 우리가 모두 뼛속 깊이 체험했다. 단지 바이러스일 뿐이지만, 우리는 특정한 사람 때문에 바이러스가 전파된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코로나에 확진됨으로써 당장 내일이라도 내가 소수자가 되어 증오와 차별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국민 모두에게 강한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나 역시 코로나로 '눈 가리고 아웅' 했던 세계의 민낯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평등과 평화를 외치는 한편, 부유한 국가는 백신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했고 약소국의 국민이 코로나로 죽든말든 전혀 안중에 없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대구에서 한창 코로나가 확산되었던 때를 기억하는가? 지금은 전부 없었던 일처럼 일상으로 되돌아갔지만, 난 여전히 그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2020년 2월, 당시 대구는 거의 마비되었으며 '폐쇄'까지 언급이 났다. 하지만 곧이어 서울에서 엄청난 수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서울에 대해선 폐쇄나 지역 비하 발언 같은 언급이 생기지 않았다. 수도인 서울에서 확진자가 대량 발생하자, 마치 대중이 납득이라도 한 듯 대구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거짓말처럼 줄어들었다. 이 사건은 한국이 극단적 서울 중심적 사고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우리는 코로나로 내면에 무의식적으로 자리한 혐오와 증오를 마주보았다. 대중이 얼마나 선동에 취약하며 분노에 쉽게 몸을 내맡기는지 알 수 있는 경험이었다. 우스운 점은, 막상 그 화살촉이 본인에게 향했을 때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예전에는 인식이 '스스로 관리를 하지 못했으며, 이 시국에 놀러다닌 사람'이었다. 따라서 확진자는 해고를 당하거나 알바에서 짤리거나 확진 사실을 부끄럽게 여겼다.
하지만 국민의 20%가 확진되자, 확진자라는 신분이 오히려 다수화되었다.
이제는 확진이라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당당하며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유행처럼 변해버린 것 같다.
나는 코로나를 통해 다수와 소수라는 저울을 보았다. 대중은 객관적이지 못하다. 철저히 다수의 폭력적인 시각에서 다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한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태도를 보며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나 역시 확진자가 된 신분이지만, 3개월 전에 확진이 되었다면 소수의 입장에서 손가락질을 당했을거란 생각이 든다. 지금은 카톡으로 확진 사실을 알리면 친구는
"님아, 나 코로나 걸림ㅋㅋ"
"아파?"
"ㅇㅇ 개아파"
"ㅋㅋ 푹 쉬어"
라고 끝나고 만다. 근로하는 곳에 연락해도 푹 쉬고 다음주에 보자고 말을 할 뿐, 해고를 한다던가 짜증을 내지 않는다. 아무도 나에게 관리를 못했다며 비난하지 않는다.
코로나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대중이 소수에겐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며, 다수에겐 관대하고 너그럽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명확히 반성할 점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