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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Jan 06. 2024

세상에 외치는 조선 여성의 당당한 고백

<이혼고백장>(민음사, 2023)을 읽고

 《이혼고백장》(민음사, 2023)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예술가 나혜석의 소설, 수필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 책은 나혜석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역시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한 나혜석의 의지다. 책에 수록된 모든 작품에서 당시 여성 인권에 대한 나혜석의 생각을 찾아볼 수 있었다. <부처 간의 문답>에서 처가 부에게 본인의 일은 스스로 하라고 이야기하는 사소한 문장에서부터 <이혼고백장>의 남녀에게 다르게 요구되는 정조 관념 비판까지, 조선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해달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런 나혜석의 생각은 본인과 동일시되는 '경희'의 선언으로 표현된다.

그러면 내 명칭은 무엇인가? 사람이지! 꼭 사람이다.

51쪽

 책에는 작가의 세계를 향한 넓은 시각도 담겨있다. 동양과 서양의 분화를 비교하고, 당시 서양 사회에서 배울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무조건적인 사대주의에 빠지지는 않았다.


그러기에 내 말은 누구든지 동양서 사람이 되어 가지고 서양을 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66쪽

서양에 가서 맹목적으로 그 문화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표제작인 <이혼고백장>에 드러난 자기 합리화가 좀 아쉽다. 지금보다 더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던 시절에 여성에게만 엄격하게 적용되던 정조를 비판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당당하게 호소한 점은 존경스럽다. 다만, 최린과의 불륜은 엄연한 잘못이다. 자신의 잘못을 구미 사례를 들어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다른 남자나 여자와 좋아 지내면 반면으로 자기 남편이나 아내와 더 잘 지낼 수 있지요"(91쪽))는 고백의 정당성을 떨어뜨렸다.

 나혜석은 다재다능했다. 화가이자 소설가였고, 여성해방운동가였다. 이런저런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여성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던 당시에 여성의 목소리를 드높이기 위해 노력한 점은 사실이다. 여성들을 일깨우기 위해 글을 썼으며, 조직도 만들어 활동했다. 《이혼고백장》은 나혜석의 이런 치열한 노력과 여성으로서 당당한 외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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