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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7+8화
의학 고증 정밀 분석

드디어 고증 오류의 끝이 보인다!

by 시카고 최과장

앞의 글에서 계속 말씀드린 대로 정밀 분석을 진행하게 되면 '중증외상센터' 드라마에 대한 스포는 불가피할 예정이므로, 추후에 드라마를 시청하실 분들 중에서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들은 여기에서 멈춰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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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중증 외상 센터 7화+8화의 의학고증 실패에 대한 정밀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드라마의 7화와 8화는 드라마 전체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과정이라 그런지, 복잡한 의료 상황이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아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7화와 8화를 합쳐서 분석해 보았습니다.



#25. 환자 CT 찍을 때 의료진이 방사선에 노출되어야 하는 이유


드라마 6화 말에서 이어지던 환자 이야기입니다.

15cm 길이의 칼에 의한 자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으로 실려와서, CT부터 찍게 되었던 환자입니다.


이 환자의 CT를 찍고 있는 과정에서 유난히 거슬리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런 장면은 '중증 외상 센터' 뿐만 아니라 , 다른 한국 의학 드라마에서도 맨날 보였던 고증 오류 장면입니다만... 바로 CT 찍을 때 왜 의료진이 CT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야 하는가입니다.

CT_Beginning.jpg CT를 찍고 있는데 의료진이 왜 무방비로 방사선에 노출되어야 하는가?


보통 CT 한번 찍을 때 환자가 노출되는 방사선 양이 사람이 1년 동안 누적해서 받게 되는 방사선 양과 맞먹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굳이 의료진이 CT 찍고 있는 환자와 같은 방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 방사선 차단 납복을 입어야 의료진이 과다한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게 보호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의학 드라마인 '중증 외상 센터', '골든 타임'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의료진이 CT 검사기의 방사선에 의료진이 노출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시되고 있었습니다.

PT_CT_Ambu.jpg CT 한번 찍을 때 받는 방사선 양은 한 사람이 1년 동안 받는 방사선 양과 동일하다

좀 더 현실적인 고증을 위해서라면, CT 찍을 때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기 때문에 잠시 호흡을 멈추고 의료진들은 다 CT 실 바깥으로 잠시 나와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CT 찍는 환자에게 의료진이 반드시 옆에 필요하다면 아무리 못해도 방사선 차단 납복이라도 제대로 갖춰 입힌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물론 그래도 CT로 인해 피폭되는 방사선 양이 워낙 많아서 제대로 차단이 될지도 의문이기는 합니다)

Lead_Apron_Don.jpg 방사선 차단 납복을 착용한 의료진의 모습



#26. CT 소견상 칼날 위치의 오류



그렇게 어렵게 찍은 CT 검사 도중, 백강혁 선생이 조영제가 샌다고 하면서, 환자의 경동맥이 럽쳐 (Rupture : 파열) 되었다고 하면서 환자를 데리고 빠르게 수술실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드라마의 이 부분을 제가 자세하게 확대해서 살펴본 결과...

드라마에서 나온 CT 영상만 놓고 보았을 때는 환자의 경동맥 (Carotid Artery)이 아니라, 내경 정맥 (Internal Jugular Vein 일명 안주글라 정맥)이 손상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CT 영상을 확대해서 살펴보면...

칼날이 가장 바깥쪽 혈관을 손상시키고 있고 조영제가 새는 부분도 가장 바깥쪽 혈관입니다.

그런데 해부학을 제대로 공부해 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사람 목에서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혈관은 단연코 내경정맥입니다.

(내경 정맥 = 안주글라 베인 ↔ 외경정맥 = 밖주글라 베인과 혼동 주의!)

제가 '중증 외상 센터' 2화 리뷰 (下)에 썼었던 '환자 주글라'의 주글라가 바로 경정맥입니다)

Pt_Head_CT_00.jpg

좀 더 보기 쉽게 하기 위해서 바깥쪽 혈관을 파란색으로 칠해 보았고, 좀 더 안쪽에 있는 경동맥은 빨간색으로 칠해 보았습니다.

이러한 사항을 좀 더 다각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유튜브에서 찾은 사람 목부위 CT 영상을 설명하는 동영상의 일부분을 캡처해 보았습니다.


유튜브 동영상 'CT scan of neck coronal and sagittal anatomy study'에서 관련 영상을 캡처해 보았습니다. (출처 : https://youtu.be/bnPPzLoaFwU?si=S6L4fhEms55inRNJ )

Youtube_Head_CT_00.jpg

유튜브 영상에서도 정맥을 파란색, 동맥을 빨간색으로 알아보기 쉽게 칠해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가장 바깥쪽에 있는 혈관이 내경 정맥 (Internal Jugular V.)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정맥이 손상된 것도 물론 수술이 필요하긴 합니다만...

경동맥이 새는 것보다는 덜 극적이다고 드라마 제작진이 판단한 듯합니다만...

극 중 CT 영상이 정맥 손상이라고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데도 왜 갑자기 동맥 손상이라고 백강혁 선생이 외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극 중 환자의 상처가 정맥이었다는 증거는 또 있습니다.

만약 칼날로 인한 손상이 동맥이었다면, 심장에서 바로 나오는 혈류라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양과 속도가 어마어마해야 하므로, 극 중 모습과 같은 정도의 미미한 출혈은 분명히 동맥 손상으로 인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산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동맥혈이라는 것을 고려해 보면...

뿜어져 나오는 혈액의 색깔이 아래 캡쳐본과 같은 검붉은 피보다는, 선홍색의 피가 뿜어져 나와야만 합니다.

Jugular_Carotid_Bleed_05.gif 극 중에서 백강혁 선생이 지혈을 위해서 환자 상처를 누르는 장면, 잘 보면 검붉은 색의 혈액이 뿜어져 나온다.


위에 나오는 극 중의 해당 장면 캡쳐본을 잘 살펴보면, 환자 목에서는 검붉은 색의 혈액이 그다지 높지 않은 압력으로 새어 나오는 것을 관찰할 수 있고, 이것은 드라마 제작진조차 정맥 출혈을 묘사하려고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백강혁 선생이 동맥 파열이라고 말한 것은 드라마의 커다란 의학 고증의 오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27. 박경원 선생의 무지막지한 신분 강등 (?)


드라마에서 의학 고증의 오류는 아니고, 사실 관계 오류를 보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8화 극 중에서 갑자기 '빡' 박경원 선생의 레베루가 급작스럽게 강등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National_Exam_.jpg


남수단의 블랙윙즈 기지에서 한국으로의 출발을 준비하던 장면에서 박경원 선생이 '국시'를 통과하면 외상센터 마취의로 지원을 하겠다고 말을 합니다.

마취과 전문의 시험 준비를 한다던 박경원 선생이 갑자기 '의대생'으로 신분이 무지막지하게 강등되는 기가 막힌(?) 장면을 함께 보셨습니다.

보통 '국시'는 의과대학 과정을 다 마친 본과4학년이 치러야 하는 '의사 국가고시'를 일컫는 줄임말인데, 전문의 시험 준비 중이라던 박경원 선생이 왜 갑자기 의대생들이 보는 '국시'를 본다고 하는지 의문입니다.

단순히 단어를 잘못 사용했던 장면인 듯합니다만, 조금만 신경 썼어도 방지할 수 있는 단순한 오류인지라 좀 많이 아쉽습니다.




드디어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 외상 센터'의 의학적 고증 오류에 대한 정밀 분석글을 모두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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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답잖은 드라마 오류나 찾아내느라 많은 시간을 낭비하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올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다음부터는 제가 진짜로 쓰고 싶었던 글들을 써볼 예정이니, 계속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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