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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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쇼핑몰에서, 혹은 TV 속 홈쇼핑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여러분들의 마음은 어떠한가? 정말 갖고 싶었던 물건이라면 더욱 마음이 동요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없던 관심마저 생긴 적, 분명히 있을 것이다. 계획되지 않은 소비를 부르는 행동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위의 문구들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순식간에 증폭시키기도 한다. 배고픔을 뜻하는 '헝거(Hunger)'가 마케팅과 만나면 고객들을 이끌어내는 마법의 단어가 된다. 그리고 이 마케팅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소비를 부추기는 데 그치지 않고, 이 물건을 지금 사면 안될 것 같다는 불안함까지 만드는 마법의 단어의 힘은 얼마나 큰 것일까?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SNS에는 마치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 같다. 개인의 일상을 올리는 곳이지만, 평소답지 않게 조금은 '특별한' 일상을 올리는 일도 많다. 그 특별한 일상의 사진 속에 출연한 상품들 중에서도 분명 한정판과 같은 희소성 있는 상품들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그 누군가의 일상 속 하이라이트에서 희소성을 발견하고, 그 희소성을 나의 일상으로도 들여오고 싶어 한다. 조금이나마 특별해지는 나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SNS라는 세상에서는 또 다른 누군가의 호기심과 부러움을 끊임없이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런 현상들이 연쇄작용하여 걷잡을 수 없이 퍼지다 보니, 백화점에는 아침 이른 시간부터 오픈런을 하는 줄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중고 마켓에서는 이렇게 귀하게 얻은 물건에 마음대로 가격을 올려서 되팔곤 한다. 사람들이 새로운 한정판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기에, 그야말로 빠른 사람이 이 마케팅의 승자가 된다고 볼 수도 있다. 어떻게든 갖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이 먼저 찾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결코 가만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원하는 타겟들이 최대한 많이 알 수 있도록 홍보는 열심히 했지만, 매번 정해진 시간에 극히 소량의 물건들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생각해 보자. 희소성을 증가시키고, 그렇게 상품의 가치를 상승시키려는 기업의 의도는 통했을지 몰라도 소비자들에게 마냥 긍정적인 반응만 바라기는 어려울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물건이라면 소비자들은 꽤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되려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곤 한다. 이러한 단계에서는 상품을 갖게 되었더라도 만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 실망감이 클수록 상품,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바뀔까?
그래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수요에도 발을 맞춰 성공한 헝거 마케팅의 사례도 있다. 꾸준히 이 마케팅을 잘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 '스타벅스'이다. 시즌마다, 특히 연말마다 한정판 다이어리를 출시하는 스타벅스는 연도 별로 다른 다이어리를 수집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로 발길이 끊기지 않는다. 물론 연말 다이어리가 아니라도, 한정으로 나오는 스타벅스 프리퀀시 이벤트 또한 먼저 달성하는 사람이 승자인 것처럼 늘 품절 대란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매 시즌 다른 상품을 출시하면서도 그 시즌에 맞는 색다른 상품들을 출시하기 때문에, 꾸준히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유지시켜주기도 하는 브랜드로 볼 수 있다. 기간과 개수를 모두 한정했지만 성공적인 사례로 본다.
특정 장소에서만 진행하는 헝거 마케팅도 줄을 짓는다. 대표적인 경우가 요즘 쉽게 접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들이다. 대개 온라인에서만 접할 수 있는 상품들을 오프라인에서 선보인다든지, 신제품을 출시한 경우, 특정 브랜드나 지역 브랜드와 콜라보한 상품, 인기 있는 작품에서 출시한 굿즈 등 최근에 접하는 팝업스토어들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들도 종종 있다.
한정된 기간, 한정된 공간 속에서 무언가를 구매하고 경험하는 것 자체가 이미 특별한 경험이기는 하지만, 보통 해당 기간 동안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특별한 구매경험까지 얻을 수 있도록 현장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팝업스토어까지 오픈런을 기다리는 일이 상당수인 걸 보면, 한동안 이 열기는 식지 않을 것 같다.
기업이 성장하는 데는 기업이 갖고 있는 상품들의 인기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결코 그 인기가 잠깐동안만 가질 수 있는 인기를 노리는 것이라면, 기업의 미래를 위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헝거 마케팅은 분명 전략을 짜서 잘 활용하면 소비자의 관심과 심리를 긍정적으로 모을 수 있지만, 되려 수요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 없는 상황만 지속된다면 정말 구매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순식간에 돌아서게 할 수 있는 마케팅이다. 그러니, 이 기법을 기업이 가진 상품만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 중 일부로만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장기적으로 고객과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외 다른 전략들도 곁들인다면 더욱 견고한 기업, 브랜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