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서 만원에 입양해 온 소파베드.등받이와 앉는 부분이 쫙 펴지는 소파베드이긴 하지만 그 위에서 자기엔 쿠션마다의 차이로 인해 불가능하다. 아이들이 저 위에서 놀 때 그렇게 쓰기는 하지만. 보통은 안락의자로 쓴다.
요즘은 책상 앞에 앉는 시간보다 저 의자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컴퓨터나 스마트폰보다는 책읽기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일은 계속 밀려서 하지만, 모처럼 읽고 싶은 책을 저곳에서 짬짬이 읽어갈 때는 쉬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어린 시절 아빠가 내게 선비처녀라고 했다. 특히 겨울이 되면 위풍심한 주택에서는 이불밖을 나가기가 정말 싫었다. 바닥에서 담요를 덮고 누워서 아동전집이나 백과사전을 쌓아놓고 읽다가 자다가, 잠이 깨면 그대로 읽다가 자다가를 반복하는 것이 추운 날의 일과였다. 방에 틀어박히면 꿈쩍도 않고 책만 보니 아빠는 내게 '선비처녀'라고 부르셨던 것이다.
당장 나를 쪼아대는 일들이 나를 계속 컴퓨터 앞으로 몰아붙이고, 늘 그 앞에서 뭔가를 짜내야 하는 일상에 난 너무 후달렸던 것 같다. 짜내지 말고 릴랙스~ 컴퓨터 화면이나 스마트폰으로 인해 너무나 많이 상해버린 눈에게 휴식을. 동영상이나 소리자극으로 지친 귀에도 휴식을.
영상이나 소리 자극이 없는 고요함, 안락의자를 감싸는 책들과의 사귐, 무릎을 덮어주는 담요 속에 전해지는 온기. 어린 시절 선비처녀의 유일한 유희와 행복과도 닮아있는 그것을 소환하는 안락의자에게 다시 시작하고픈 꿈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