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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나 Sep 09. 2022

'유기그릇'이 되고 싶다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어디선가 잘 보여야 할 때. 거창하게 나를 소개해야 되는 자리가 있을 때. 나는 '유기그릇'을 끌어다 쓴다.


예를 들면, "안녕하세요. 유기그릇 같은 사람 정민혁입니다. 유기그릇은 담긴 음식을 더 풍성하게 살려주죠. 이처럼 저도 주어진 상황이나 주변의 사람들을  따뜻하게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라며 "보면 볼수록  가까이하고 싶은 매력도 있습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요란스럽고 과하게 하지 않으나 담박한 멋과 은은한 매력을 풍기는 유기그릇입니다" 이렇게.


뭐, 물론 지극히 '공식적인', '포장해야 하는' 자리에서 쓰는 소개 멘트다. 아주 거짓 소개라고 하면 이때까지 들었던 분들이 속았다고 생각할 것이기에 양념을 많이 쳤구나 정도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유기그릇'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확실하다. 그러려면 일단 '품어야' 한다. 어떤 상황이든, 존재든 담아내고 품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잘 살릴 수 있지 않겠나. 냉소와 온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


다시 소개글로, "검이불루 화이.. 뭐?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데. 말은 쉽지..."라는 일갈을 단박에 듣기 쉽지만 감히 넣었다. 더 예쁘게, 많게, 크게, 있어 보이게 서로 튀려고 안달인 세상 속 용감하게 저러한 인간이라고 소개한 나를 생각하니 웃음이 피식 나온다. 하지만 늘 가슴 한편에 있는 글귀임은 맞다.


반 정도는 맞고 나머지는 알아 채워가는 중이다. '유기그릇 같은 사람' 말이다. 혹시 아나, 세월이 흘러 누군가 나를 비유할 때 유기그릇을 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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