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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Aug 16. 2024

전쟁기념관에서 건진 아들의 사진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96

"고슴도치도 제 새끼 함함하다고 한다"는 말처럼, 어느새 역사덕후가 된 것처럼 보이는 아들이 내 눈에는 그렇다. 


79주년 광복절을 맞아 전쟁기념관에 다녀왔다. 중학생이 된 후 우리 부부가 체감한 아들의 가장 큰 변화라면 집 밖에 나가기를 귀찮아한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특별한 국경일인 만큼 용산에 다녀오고 싶다는 말에 흔쾌히 집을 나섰다. 2년 전에 방문했지만 시간이 흐른 만큼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해가 쨍쨍한 휴일아침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과 함께 기념관을 찾았다. 외국인도, 군복을 입은 군인도, 중장년층도 곳곳에 보였다. 전쟁기념관은 호국추모실, 전쟁역사실, 6.25 전쟁실, 해외파병실, 국군발전실, 기증실, 대형유물전시실의 7개 실내 전시실과 야외전시장 그리고 어린이 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립군 진군기
도서자료실                                                              2층 실내


야외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띈 참수리호 안보체험관에 올라 내부와 외부를 살펴보며 그날의 긴박했던 한 순간을 감히 상상해 봤다. 2002년 6월 29일 제2 연평해전에서 북한 함정의 급습으로 침몰한 고속정 참수리호의 모형이라고는 하나 총탄 흔적을 선명하게 빨간색으로 테두리를 그려놓고 전사자들의 이름까지 눈으로 확인해 보니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떨리고 또 떨렸다. 


실내 전시실을 살펴봤다. 구석기, 신석기시대 무기부터 현대식 무기까지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급속한 경제성장만큼이나 놀라운 2024년 세계군사력 5위국의 위상을 눈으로 확인했다. 무기에 대해 문외한인 나에게는 그저 신기한 전시였다.





군대에 가야 할 운명을 아는 아들은 육해공군과 해병대, 군조직에도 관심이 많다. 전시되어 있는 계급장도 눈으로 확인하고 내 눈에는 그저 화려하게만 보이는 부대마크들을 보고 어느 부대인지를 알아차리기도 했다. 군대보급품 전시물을 통해 미래를 앞당겨 보는 시간도 잠시 가졌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6.25 전쟁실에서 나왔다.  9.28 서울 수복장면을 연출해 놓은 지점에서 아들이 포즈를 취했다. 그때의 감격스러움을 자신도 느끼고 싶었는지 사진을 잘 안 찍는 아들이 나섰다. 


1950.9.27 서울 수복을 알리는 태극기 게양                          
9.28 서울 수복 체험부스


과거, 그것도 상상하기 조차 힘든 지나간 일들을 차곡차곡 보기 좋게 진열해 둔 전쟁기념관. 그 존재 가치는 크다. 1994년 6월 10일에 개관, 아시아 최대 전쟁무기 박물관이라고 이름날 만큼 각종 군사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신채호 선생이 했는지 아님 다른 누군가가 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역사를 통해 잘못된 과거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뜻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을 넘어 번영하는 한국에서 이만큼 살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끔씩 경건함과 숭고함으로 가득 찬 과거 여행이 필요한 것 같다. 책이나 영상을 통해서든, 바쁜 일상을 벗어난 공간에서든, 학생 때 자주 듣던 그 말,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 바친 위인들과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분들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일 말이다.


광복절날, 가족들과 찾은 전쟁기념관에서 모든 전시를 꼼꼼하게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뿌듯하게 전시관을 나와 다음번 방문을 기약했다. 역사에 진심인 아들은 말한다. 5천 년 역사를 지켜온 분들을 생각하면서, 


"저도, 나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게임에만 열을 올리는 아들은 역사에 대해서 만큼은 항상 진지하다. 아들이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부부는 아들을 보며 느낀다. 건전한 가치관을 지닌 바른 청년으로 자랄 것이라고. 그런 희망을 여기에서 재확인하고서 뿌듯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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