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31
옥수수밥, 돈육김치찌개, 두부조림, 미나리무생채, 샐러드연어스테이크, 오이김치를 식판에 담았다. 퇴사 이후 오래간만에 식판을 들고 아이들이 앉는 자리에 앉았다. 함께 식사한 다른 학부모와 동시에 미소를 지으며,
"엄마들이 좋아할 만한 식단인데요. 영양소가 골고루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맛있어요."
적당한 간에 내 입에는 건강식이 따로 없었다. 집에 가서 물어보면, 아들의 답이 훤히 예상될 정도였다. 초록 채소들을 싫어하니 먹은 급식 중에 제일 별로였다고 말할게 뻔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학부모 폴리스라고 적힌 연두색 조끼를 입고 안전봉을 들고 2인 1조로 건물 내외부 후미진 곳까지 곳곳을 살피며 걸어 다녔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지만 그런 모습은 다행히 어디에도 없었다. 보통때와 달리 비 오는 날이라 운동장은 돌지 않고 1층부터 5층까지 계단을 오르락거리면서 복도를 걸으며 눈이 마주친 아이들과는 인사를 나누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지나쳐가며 계속 움직였다. 아들 반 앞을 지나치다 급식실로 가려고 나온 아들과 눈이 마주쳤지만, 약속대로 그냥 지나갔다. 그렇게 점심시간 동안 각자 원하는 대로 쉬는 아이들을 보았다. 1학년은 아직은 어려서인지 초등학생처럼 뛰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듯했고, 2학년부터는 방방 뛰기보다는 약간 무거움이 느껴졌다.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학교를 감쌌다. 교실 안이든, 밖이든,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친구들과 모여 노는 아이들, 바닥에 앉아 게임하는 아이들,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아이들... 어떻게 점심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라 주어진 1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화장기 있는 얼굴로 보기 드물게 교복 치마를 짧게 입고 다니는 여학생 무리가 보였지만, 대부분은 체육복에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다. 그렇게 지나다니다가 아들을 다시 만났다. 먼저 다가와 내 어깨를 어루만지면서,
"엄마, 잘하고 가요."
친구들도 있는데, 어떤 용기가 나서 다정한 말을 건넸을까. 뜻밖이었다. 아는 체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하던 아들이 스스로 먼저 다가올 줄은 몰랐다. 아들의 미소와 응원을 받고 마치는 순간까지 열심히 순찰에 임했다. 계단을 10여 차례 오르락거리다 보니 다리가 후덜거렸다. 5교시 시작종이 울리자 복도는 조용해졌다. 교실을 지나칠 때마다 선생님의 설명과 아이들의 반응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활동일지를 쓰고 활동물품을 반납한 후 학교를 나왔다.
폴리스 활동을 잘한 것 같다고 옆에 있던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눴다. 특별히 어려운 봉사활동이 아니었다. 발로 걷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학교를 살펴보는 일이었다. 말로만 듣던 급식을 먹고 우리 아들뿐 아니라 다른 집 귀한 아이들도 볼 수 있어 좋았다. 학교생활을 하느라 애쓰는 아이들을 보니 집에서 잘해줘야겠다는 생각, 개성 넘치는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애쓰시는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는 생각도 역시나 찾아왔다. 말로만 듣고 상상하는 것보다 한 번쯤은 눈으로 보는 게 역시 효과가 좋았다. 집에 돌아온 아들에게 물었다.
"급식이 역시 맛있더라."
"오늘은 진짜 별로였어요. 내일이 맛있는데. 내일 갔으면 좋았을 텐데요."
"왜, 아는 척했어?"
"안 하면 엄마한테 미안할 거 같아서요."
아직은 아이였다. 덩치는 크고 사춘기에 진입했어도 마음이 여린 아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기억에 남을만한 학교 방문의 날이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다음에도 또 가볼 생각이다. 학교에 관심을 갖는 엄마가 되어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위해서.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