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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Dec 02. 2024

여전히 뷔페를 좋아한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54

식탐이 많지 않다. 멀리까지 맛집을 찾아가 줄 서서 먹지 않는다. 남들이 볼 때도 많이 먹는 대식가는 아니다. 아프고 나서는 가려 먹기까지 한다. 몸에 나쁘다는 것은 안 먹는다. 그런데도 전히 뷔페를 아한다. 한꺼번에 이것저것 섞어 뱃속에 집어넣고 과식을 조장하니 생각 같아서는 뷔페를 끊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못했다.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뭘까? 12월 첫날, 가족들과 애슐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집 근처 가성비 좋은 곳이라 분기에 한번 꼴로 방문한다.


언제 뷔페를 처음 먹어봤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조선호텔 뷔페와 그리스 출장에서 먹은 뷔페는 인생 최고로 기억한다. 결혼 전 직장 행사로 처음 조선호텔에 가봤다. 이게 호텔뷔페구나를 처음 실감했던 곳이어서 그런지 이후 경험한 어느 호텔 뷔페보다도 만족스러웠다. 당시 7만 원이던 뷔페 가격은 현재는 15만원을 훌쩍 넘어버렸다. 아쉽지만, 4인가족이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곳이라 그림의 떡이 되었다. 그리스 출장 때 바이어가 제공한 호텔 리조트에서 먹은 조식은 황홀한 뷔페 자체였다. 조식일 뿐이었는데도 한국의 뷔페 같은 다양한 음식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식가였던 나를 순식간에 대식가로 만들어 줄 정도로 함께 간 직원들이 그때를 떠올리며 자주 놀렸다. 


호텔 뷔페의 추억은 젊은 시절과 오버랩이 되면서 가끔 떠오른다. 외부활동으로 바쁘게 살았던 내가 회사돈으로 먹었던 화려한 음식들로 기억 한편에 저장되었다. 이제는 전업주부로, 내 주머닛돈으로 조용히 먹고 산다. 가족 행사가 있어도 어느 누구도 1인당 20만원가량 호가하는 호텔 뷔페를 선택하지 않는다. 어쩌다 가고 싶은 마음이 찾아오지만 잠깐 있다 사라지니 다행이다. 기분 좋자고 한 끼를 위해 그 돈을 소비하는 대신 절약이 우선인 봉급생활자의 가족으로 산다. 꿩대신 닭이라고, 집 근처 뷔페를 찾아 호텔뷔페보다는 서민적인, 소소하지만 즐거움은 유지하는 삶을 산다.


양식 한식 중식 일식, 대략 50-60여 가지 다채로운 음식들을 바라보면 우선 흐뭇하다. 대표적으로 폭립, 초밥, 피자, 파스타, 한식, 튀김류, 타코, 중식, 디저트가 유명하다. 눈으로 스캔하면 맛보는 느낌이 들어 배부르다. 나를 위해 이렇게나 많은 음식을 차려놨다고 생각하면 감격스럽다. 식사를 준비하는 주부로서 차려진 밥상을 받는 것만으로도 감동인데, 여기에 더해 평소에 못 먹는 음식까지 볼 수 있으니 신난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놓았는데,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먹어도 애쓴 요리사의 눈치를 안 보니 편안하다. 이것저것 먹어보라고 권하는 사람이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식구들도 각자 취향에 맞게 정해진 시간만큼은 마음껏 먹을 자유를 만끽하니 서로가 행복한 시간이다. "먹어라, " "말아라"하는 잔소리가 사라진다. 그 결과, 4인가족이 담는 음식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치킨 같은 한 두 가지 좋아하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아들, 아들보다는 약간 다양하게 초밥부터 파스타까지 소량을 맛보는 딸, 주로 볶고 튀긴 음식을 먹는 남편, 생선과 초록 위주로 먹는 나. 각자 담아 오는 음식을 보면 어떻게 한 집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사는지 놀라울 정도다. 


눈으로는 모든 음식을 빼놓지 않고 먹는다. 튀기고 기름진 음식, 달고 매운 소스로 버무린 음식까지. 못 먹는 건 아니지만 안 먹는 것이니 크게 아쉬운 마음은 없다. 초밥, 구운 채소, 샐러드, 파스타, 피자, 타코, 메로구이, 한식 반찬을 주로 담는다. 선택적으로 피할 건 피한다. 좋아하는 치즈케이크는 잊지 않고 마지막 디저트로 챙긴다. 평소에 밀가루 음식을 자주 먹지 않아 이럴 때는 즐겁게 먹는다. 매일 잡곡밥, 나물, 두부, 생선, 고기, 샐러드로 단순하고 자극적이지 않는 음식을 먹기에 한 끼만이라도 다양성을 느끼고 싶다. 그러기에 뷔페만큼 좋은 곳은 없다. 접시를 들고 남녀노소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개성이 고스란히 담긴 접시를 은근슬쩍 보는 재미가 있다. 누구나 행복해 보인다. 그들의 일부가 되어, 가려먹는 나지만 행복하다. 골라먹고, 배불리 먹고, 기분 좋게 먹고, 산책으로 마무리한다. 더 나이가 들면, 혹시라도 건강이 안 좋아지면, 뷔페를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좋아한다.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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