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의 개념을 확립하다-
스트레스라는 말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통용되는 공용어로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1950대 이전까지만 해도 잘 쓰이지 않는 단어였다. 헝가리 출신의 의사 한스 셀리에가 1956년에 생의 스트레스(The stress of life)라는 책을 발표하였는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스트레스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한스 셀리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비엔나에서 1907년 1월 26일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4대째 내려오는 의사 가문이었다. 그는 17세에 체코 프라하 공화국의 Charles University 의대에 진학하여 그곳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으로 유학하여 존 홉킨스 대학에서 생리학자로서 연구하다가, 27세에 캐나다의 맥길 대학에서 생화학 조교수가 되었다.
셀리에는 의대 2학년 때 처음으로 '생물학적 스트레스'라는 개념을 접했다. 그는 병동 회진 중에 환자들이 각자 다른 질병을 앓고 있음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피곤, 불면, 식욕부진, 소화불량, 속 쓰림, 두통 등의 증상이었다. 그는 이를 “아픈 것의 증후군”으로 불렀으며 맥길대에서 호르몬 작용을 연구하기 전까지 이것을 가슴에 묻어두고만 있었다.
많은 위대한 발견 중에는 우연인 경우가 많은데 스트레스에 대한 그의 발견도 우연이었다. 소의 난소에서 채취한 성 호르몬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쥐에 투여하여 알아보는 연구하고 있었는데, 각기 다른 호르몬을 투여했음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였던 것이다. 그가 의대생 시절 입원 환자가 각기 다른 병임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더 나아가 쥐를 해부해 보았더니 부신비대, 흉선을 비롯한 림프계의 위축, 위와 십이지장 소화성 궤양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관찰하였다.
그다음에 쥐를 추위에 노출시키거나,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게 만드는 회전식 러닝머신 위에 올려놓았을 때도 해부의 결과가 동일하였다. 주사 바늘로 찌르는 것, 추위에 노출시키거나, 러닝머신으로 계속 뛰게 만드는 것이 동일한 신체적 변화를 야기하였는데 이러한 자극을 셀리에는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 반응이라 설명하였다. 이렇게 하여 스트레스의 개념이 확립되었고, 그 후 이와 관련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한스 셀리에는 스트레스의 개념을 최초로 확립한 공로로 노벨의학상 및 여러 부분의 의학상 후보에 올랐으나 끝내 상을 받지 못하고 사망하였는데 그 때문에 생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문제가 많지만, 독자들이 알아야 할 것은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는 뇌의 퇴화, 둘째는 심혈관계 질환, 셋째는 면역저하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먼저 뇌의 퇴화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때문에 머리가 새하얗게 되거나, 멍해지는 느낌이 든다. 뇌의 깊은 곳에는 인간의 가장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시상하부가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곳이 활성화된다. 또한 부신피질에서 다량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스트레스는 이렇게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로 연결되는 축을 활성화시켜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불안 초조감을 일으킨다.
반면에 도덕 윤리적인 판단,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전전두엽 피질은 기능이 약화된다. 전전두엽은 뇌에서 가장 진화등급이 높은 중앙 지휘 센터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변연계에서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 등의 화학물질이 다량 분비되는데 이것이 전전두엽 피질의 뉴런과 시냅스에 작용하여 일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성적인 행동은 하지 못하고 원시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로서 충동구매, 자해, 마약중독, 폭행, 폭음 폭식을 하게 되며 이것이 장기화되면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여러 호르몬에 의해 맥박이 빨라지고, 혈관은 수축하고, 혈소판 응집은 과도해져 혈전이 잘 생긴다. 심장질환이 없는 사람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가슴이 조여 온다거나, 가슴앓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심장으로 가는 관상동맥에서 일시적인 허혈이 일어나서 불편한 느낌이나 통증을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관상동맥 경화가 있는 환자에게서는 급성심근 경색증이 발생하여 사망까지 이르게 된다. 스트레스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돌연사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부신에서 과다하게 분비되면 초기면역 반응이 억제되고, 백혈구 분화가 억제되는 등 면역기능이 저하된다. 카테콜라민 스트레스 호르몬은 2차면역 반응을 담당하는 림프구의 증식을 억제해 면역반응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글루코코티코이드 스트레스 호르몬은 인체에 침입한 적을 무찌르는 항체 생산을 억제하고,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자연 살해 세포(Natural Killer cell)의 기능을 떨어뜨리며, 면역 기능 대부분 기능을 수행하는 사이토카인의 생산을 억제한다. 스트레스는 루푸스, 베체트, 아토피피부염, 류머티즘 관절염, 천식, 건선, 쇼그렌 증후군 등 80여 가지에 이르는 자가면역질환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에도 영향을 많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스에 대한 우리 몸의 변화
• 제1단계: 아드레날린, 노르에피네프린, 코르티솔 등 초기 조절물질이 활성화된다.
• 제2단계: 대사계(인슐린, 총 콜레스테롤 등), 심혈관계(수축기 혈압, 이완기 혈압), 면역계에 변화가 생긴다.\
• 제3단계: 인지 기능 저하, 세포 노화, 질병 발생, 건강 악화 등으로 이어진다.
현재 한국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다. 혼란과 갈등, 여러 차례의 참사로 인해 스트레스가 누적되었다. 광우병 사태, 천안함 폭침, 세월호 참사, 박대통령 탄핵, 부정선거, 이태원 참사, 코로나 판데믹과 백신패스, 4년 동안의 마스크 의무화,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로 인한 행정부 마비, 계엄과 윤대통령 탄핵, 무안공항 참사가 쉬지 않고 벌어졌다. 정치 사회적 혼란의 반복과,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의 위협이 상시적으로 존재하고 있으니 한국인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근 반세기동안에 셀 수 없이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음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국이 자살률 최고, 출산율 최저 국가라는 사실에 그럴 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한국인은 인간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최고의 의지인 생명에의 의지를 상실하였다. 그리하여 채 다 살아보기도 전에 서둘러 죽으며, 다시 태어날 기회와 윤회를 앞당길 생각으로 이승과 담을 쌓고 살면서, 결혼이나 후손을 남기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병으로 죽어 장례식장은 호황이지만, 산부인과 소아과는 대부분 패업하였다. 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한 사람만 건너면 암으로 죽거나 암에 걸린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며, 감기에 걸리면 한두 달 간다는 면역저하자가 한둘이 아니고 마스크는 외출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하는 필수품이 되었다.
스피노자와 존 로크는 국가의 목적은 국민의 자유에 있다고 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최선의 삶 다시 말해 행복이 국가의 목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국가의 목적은 스트레스가 최소화된 사회를 만드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가 자유를 빼앗고, 행복을 빼앗고, 생명의 의지마저 빼앗으며, 각종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개인의 병이자 망국의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