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난 후,
절대 나의 삶은 다시 시작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살면서 하는 모든 행동들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외도 음성메세지를 본 후
나는 무작정 나왔다.
어디로 가야할진 몰랐지만
한 공간에 같이 있을순 없었다.
차를 가지고 나왔다.
운전을 했다.
그게 너무 낯설었다.
'이 와중에도 운전을 해야하는구나'
마치 이미 죽은 사람이 사는 사람처럼 밥을 먹는 기분이라면 비슷할까.
내가 갈 곳은 없었다.
내 직장 주차장으로 왔다.
차 안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울다가 탈진하고, 기운이 좀 차려지면 또 울었다.
2시간을 울다가,
남편의 핸드폰을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처음에는 남편이 외도사실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 여자한테 사랑한다는 음성메세지를 들켰을때,
남편은 벌벌 떨었다.
저 사람이 저렇게 떠는걸 내가 본적이 있었나?
자기만의 감정이라고 했다.
자기 혼자 좋아하는 감정이 들어서 그걸 녹음해본거라고 했다.
제발 솔직히 말해달라고 애원했지만, 답은 똑같았다.
자기만의 감정이었고, 절대 다른일은 없었다고.
2시간을 차에서 내리 울다가,
문득 그 생각이 났다.
자기가 혼자 녹음해본거라면, 왜 녹음파일 제목이 그 여자이름이 있었을까?
그냥 녹음을 한다면 녹음한 날짜가 보통 뜰텐데
제목에 그 여자이름이 있었다.
보낸거다.
음성메세지를 보냈기때문에 있는거다.
다시 집에 돌아가 내가 바보인줄 아냐
녹음파일 제목에 왜 그여자 이름이 그럼 있냐고 따졌더니
또 벌벌 떨었다
"미안해.. 진짜 미안해.."
나는 또 정신을 잃었다.
나중에 이혼변호사 말로는 그때 증거를 챙겨야했다고 했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와중에 증거를 확보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증거를 챙기지 못한 나를 탓하는 듯한 그 말투.
증거없이 고소할 경우 무고죄로 역고소 당할 수 있다는 비아냥이 느껴지는 말투.
너 얼굴 보기 싫다는 내 말에
남편이 울며 뛰쳐나갔다.
그리고 남편이 전화로 내게 말했다.
"그 내가..그 사람한테 우리 아내에게 빌고 자초지종을 설명해야할거같다고 했거든.."
상간녀가 집근처로 왔다고 그랬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그래 어차피 한번은 그 여자를 만나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그 여자에게 전화 했다.
통화중이었다.
남편에게 전화했다.
통화중이었다.
새벽 1시 둘이 또 통화를 하고 있었다.
'말을 맞추는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을까..'
운전을 해서 상간녀를 만나러 갔다.
이 한문장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상간녀를 만나고
핸드폰을 더 봐야겠다고 남편한테 했을때,
남편이 핸드폰을 버렸다고했다.
어이가 없었다.
내가 정신을 놓을 동안 넌 핸드폰을 버렸구나.
2시간을 멍하게 있다
부모님께 남편의 외도를 알렸다.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알려야할거같아서.
부모님이 집에 찾아오셨다.
'짐 챙겨. 가자.'
부모님 집으로 갔다.
거기서도 울다 탈진하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직장에서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시죠?'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내 인생이 무너졌다고 어떻게 말하지..
'그냥 아파서요..'
원래도 연차가 얼마 없는 직장이라, 오래 자리를 비우는건 곤란하다고 했다.
그리고 저녁에 시어머니께서 연락이 왔다.
'아이가 엄마를 찾다 울다 지쳐 잠이 들었어..'라고.
새벽에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24시간.
내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게 겨우 24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