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은 외도한 남편과는 반드시 이혼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멋진 삶을 산다.
이런 스토리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남편의 외도 후에도 이혼하지 않는 현실의 사람들을 보면
좀 한심하다는 생각도 한다.
현실의 이혼은 드라마와는 달랐다.
나는 이혼하지 않기로 했다.
정확하게는 이혼을 보류하기로 했다.
일단, 아이들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아이들에게도 아빠는 세상의 전부였다.
아무것도 확실한게 없는 지금,
모든게 불확실한 지금 하나 확실한건,
적어도 내가 내 감정만으로, 내 분노만으로, 내 슬픔만으로
아이들에게서 아빠를 못보게하는 결정을 쉽게 내릴순 없다는 것이었다.
내 감정이 가라앉아야한다.
내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때,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결정이 더 나을지를 생각해야한다.
'애들 위해선 뭐든지 난 할 수 있어'
그 뭐든지가 지금이었다.
아이들에게 아빠와 사는게 훨씬 더 나은 선택지라면
난 그렇게 할 수 있다.
만약, 엄마와 아빠가 이렇게 사는 걸 보여주는게 애들한테 더 나쁠것같다면
그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끝내면 된다.
그리고, 두번째는 나의 행복을 위해서였다.
너무 부끄럽고 한심하기 그지 없지만
나는 아직도 남편을 사랑한다.
아직도 남편의 말을 믿는다.
신뢰는 외부가 아닌 내 마음속에서 나온다고한다.
정신과 의사가 그랬다.
외부 상황은 아니라고 해도, 내 마음은 아직도 남편을 믿는다.
13년을 함께한 사람이다.
13년을 믿은 사람이다.
13년을 사랑한 사람이다.
어떻게 하루 아침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수있을까.
여전히 그 사람이 아프면 내가 더 아프고,
나에게 그렇게 상처를 준 사람인데도
그 사람이 아프지 않길 바란다, 어이없게도 내가 그런다.
선과 악이 명확하지 않다.
그 사람은 나에게 나쁜 사람인데,
나쁜 사람만은 아니다.
이게 한심한 내가 한 결정이다.
그런 걱정이 들때가 있다.
이게 모두 트루먼쇼라면.
내 주위 모든 사람들이 다 날 속인거고, 다 연기라면.
외도를 당해놓고도 그 사람을 선택한 나를
모두가 비웃겠지
어떻게 또 속냐고 비웃겠지
그래도 나는 또 그런 선택을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