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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희 May 24. 2024

오늘을 힙하게

우리들의 문화살롱 : 힙노시스: 롱플레잉 스토리

아날로그 속으로


그라운드 시소 서촌은 전시가 있을 때마다 찾아가는 뮤지엄이다. 5월 우리들의 문화살롱은 서촌에서 개최되고 있는 ‘힙노시스: 롱 플레잉 스토리’다. 같이 간 언니는 가죽 재킷에 선글라스를 끼고 다른 언니는 큰 그림이 프린팅 된 점퍼를 입고 힙하게 나타났다. 오늘 전시 콘셉트와 어울리는 범상치 않은 드레스 코드를 갖춘 그녀들의 센스가 돋보였다.  


언제 어디서라도 손쉽게 음악을 듣고 소비할 수 있는 스트리밍 시대인 요즘, 레트로 문화 때문인지 엘피로 음악을 즐기는 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나도 턴테이블의 미세한 바늘이 디스크에 난 홈을 타고 내는 아날로그 음악을 한때 즐겼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기꺼이 레코드 가게에 가서 엘피판을 구입해서 들었다. 가끔은 친구네 집에서 가끔은 음악다방에서 청춘의 시간을 음악과 함께 마음껏 즐기며 소비했었다. 돈을 모아 친구 생일선물로 엘피판을 사주기도 했고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이 나오는 대로 구입해 소장하기도 했었다. 

오늘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의 앨범 재킷 속 사진을 볼 수 있는 전시를 보러 왔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특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번 전시 오디오 가이드는 실리카겔이라는 밴드가 참여했다. 이 밴드를 딸이 좋아해서 춘천까지 가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전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니 반갑다. 스마트폰으로 네이버 바이브 앱을 켜 플레이를 누르고 힙하게 198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힙노시스 안으로


오브리 파월과 스톰 소거슨은 1960년대 중반 케임브리지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고 앨범 커버 제작 스튜디오를 차렸다. 그 이름이 힙노시스다. 멋을 나타내는 Hip과 직관을 뜻하는 Gnosis가 결합한 단어가 힙노시스다. 그 후 이 팀은 엘피 재킷 디자인의 전설이라 불릴 만큼 유명해졌다.

        

<힙노시스: 롱플레잉 스토리>

 1960년대 후반, 디자인 스튜디오 힙노시스가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폴 매카트니, 피터 가브리엘 등 세계 최고 뮤지션들과 제작한 앨범 커버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전시다. 힙노시스의 작품은 현대음악사의 아이콘이 된 수많은 앨범 커버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볼 수 있다.

     

<힙노시스 스튜디오>

1960년대 런던, 음악계의 심장과도 같았던 덴마크가 6번지는 골목마다 기타 가게, 리코딩 스튜디오가 있었다. 그 안에 있던 힙노시스 스튜디오는 수많은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과 우정이 담겨있는 아지트 역할을 한 곳이었다.

    

<오브리 파월 >

우리에겐 포토샵이 없었다. 모든 것을 필름으로 촬영하고 손으로 직접 작업해야 했다. 아트워크 작업은 평균 3~6주가 걸렸는데, 요즘으로 치면 그중 몇 개는 한나절이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컴퓨터 그래픽이 없던 시절에 그들은 실제 연출을 해서 카메라로 찍고 인화해 오리고 붙이고 색칠하며 앨범 커버를 직접 만들었다특히 스톰은 학창 시절부터 밴드 핑크 플로이드와 친했고 핑크 플로이드가 두 번째 앨범의 커버 디자인을 요청하면서 힙노시스는 음악과 디자인 분야에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핑크플로이드 앨범(Wish You W ere Here) 사진을 찍기 위해 실제 스턴트맨의 몸에 15번이나 불을 붙여가며 얻어내 사진이라고 한다. 핑크플로이드는 이익만을 좇는 음반 산업에 대한 분노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열정이 과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BTS 가 불타오르네, 마블 유니버스 등이 오마쥬 하기도 했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는 언제나 본인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힙노시스에게 역으로 제안했다. Band on the Run’의 앨범 커버도 폴 매카트니가 연예인, MC, 운동선수, 할리우드 배우들이 감옥에서 탈출하는 죄수들의 모습을 구현해 달라고 해서 나온 작품이다. 폴은 이 작품이 마음에 들어 이때부터 계속 힙노시스랑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 커버는 르네 마그리트에 대한 힙노시스의 존경심을 보여주는 일범이다. 스티브 잡스는 어떤 아이디어도 오리지널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예술을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재창조된다. 르네 마그리트는 힙노시스에게 힙노시스는 봉준호 감독에게 세대를 아우르면서 영향을 미친다.



 ‘오브리 파월’이 선정한 엘피 음반의 전성기인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디자인한 앨범 커버 작품을 한데 모은 전시를 보면서 그 시절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힙노시스는 일상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관습이나 틀을 깨는 독특한 방식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삶의 원동력을 주는 것 같다. 트렌디하지만 유행을 좇지 않으면서 직감적으로 보여주는 그들이 앨범은 '힙'이란 단어로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고유한 개성과 감각이 있으면서도 시간이 지난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거나 어색하지 않은 전시였다. 

 

전시를 보며 젊었을 때로 잠시 시간여행을 갔다 현실로 돌아왔다. 힙노시스의 오브리 파월도 나도 이젠 나이가 들었다. 살아온 시간만큼 더 지혜로운 멋진 인생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문화살롱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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