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예순잔치 동행 멤버를 소개합니다.

사진출처: 모교 홈페이지

by Soleh

그동안 “92학번의 예순잔치”를 방치하며 지냈다. 폴더만 만들었을 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글방이었다. 사실 우리의 환갑은 7년이나 남았다. 아니 7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예순잔치 계획은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환갑으로부터는 약 11년 전에 계획되었으니 일치감치 폴더를 만든 일은 계획 없는 섣부른 짓은 아니었다.


예순잔치를 함께 할 친구는 나를 포함해 총 4명이다. 이 4명은 1992년 2월 뉴키즈온더블럭이 한국에 내한공연 오던, 그 떠들썩한 날에 대절 버스를 타고 오티-장소는 기억나지 않음-에서 (운명처럼) 처음 만났다. 맞다. 우리는 대학 동기다. 92학번이지만 73년생은 우리 4명 중 아무도 없다. 이설은 빠른 생일 탓에, 그리고 재수 없게 재수 없이 현역으로 입학했고, 태랑이와 나는 재수생을 종지부 찍고 입학했으며, 엘리도 1년 늦게 들어왔지만 재수시절은 안 거친 훌륭한 남미교포로 1992년에 입학해 우리는 서울시내 한 언덕배기에서 누가 누가 높나를 뽐내며 하이힐 신고 강의실 드나들다 만남이 시작되었다.


같은 학번 같은 '과'친구들이었지만, 햇수로 2년이나 차이나는 이설이는 우리를 “언니”라고 부른다. 늦은 태생부터 소개하자면, 이설이는 우리에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동생이자 친구다. 재미없는 3명의 쥐띠들을 쥐락펴락하며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5남매 중 막내인 이설은 위로 언니 3명과 오빠 1명이 있어서 그런지 여러 분야로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였다.

“너 어떻게 그런 것도 알아?” 그러면,

"우리 언니 오빠한테 주워 들었어"라거나, "언니 오빠가 읽는 책에서 봤어"라고 했다.


그다음 몇 달이라도 늦게 태어난 사람은 난데, 나는 생략하기로 하고, 다음은 엘리.


엘리는 한 살 많은 언니와 함께 스무 살에 태평양을 밑에서 위로 훑으며 서울로 이사 왔다. 나는 90년대 외국에 사는 교포가 어찌나 멋지고 부럽게 보이던지 전라도 시골 출신 촌년에겐 마냥 신기한 존재였다. 엘리의 아버님은 두 딸이 대학생으로 있던 서울에 가끔 오셨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건 청바지와 육포다. 우리 아버지는 청바지를 입은 적이 없었는데, 엘리 아버님은 항상 청바지 차림이어서 내 눈엔 정말 멋져 보였다. 그리고 엘리가 우리에게 육포를 주면 아버지 다녀가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엘리는 세련 그 자체였다. 옷도 잘 입고 새로 생긴 패밀리레스토랑도 기가 막히게 잘 아는 친구였다. 90년대 그때 TGIF가 생기면서 엘리덕에 처음으로 가본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 태랑이는 시쳇 말로 참~한 학생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부잣집 딸이었으면서 전혀 티를 내지 않은 친구였다. 가끔 우리가 이대 앞에서, 대학로에서 혹은 강남역에서 놀다 집에 들어갈 때, 전부 버스정류장으로 향해 갔는데 태랑이는, “난 저기에서 타”라며, 혼자 저~어 쪽으로 갔다. 그 저~어 쪽은 버스정류장이 아니라 택시 잡는 곳이었다. 저쪽에서 버스가 아니라 택시 탔던 것을 내가 몇 번 봤다. 그렇게 부잣집 딸이었으면서 가장 사치를 부렸던 건 오직 택시였다는 것. 이런 친구가 있어 자랑스럽다.

60년댄 줄.... 그러나 92년이란 사실. ㅎㅎ


우리 '과'가 정원 40명이었는데, 이설 엘리 태랑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이 단톡 친구이니 10프로가 지금까지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로 이어진 거다.


대학 졸업한 지 어~언 30년. 그동안 이설은 모 기업 디자인실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잘 나가는 영어학원 원장님이시고, 엘리는 졸업 후 다시 가족이 있는 아르헨티나에 가서 의류 사업을 하고 있으며, 태랑은 현재 서울 사대문 안에서 호텔 경영을 돕고 있다. 나는 늦은 나이게 결혼해 알바하는 그냥 전업주부. 이렇게 4명이서 환갑을 앞두고 뭉치기로 했다. 카톡에서만 뭉치지 말고 우리의 60을 기념하자고. 그 첫 번째가 우리의 환갑에 엘리가 있는 남미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가는 것이고, 두 번째가 이설의 환갑에 4인 전을 개최하는 것이다. 우리 나름 미대 나온 여자들이다.


이것이 우리의 "예순 잔치" 프로젝트다.


잘 돼야 될 텐데,....


이때가 좋긴 했어, 그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