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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콩 Oct 09. 2022

친누나가 멕시코에 왔다

남매는 남매더라

멕시코에 온 지 벌써 1년 하고 4개월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첫 직장에서 연차를 써서 올해 한국에 갔어야 했는데 이직을 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멕시코시티로 직장을 옮기고 일을 할 때 친누나가 항상 '내년 초에 한번 놀러 갈게~'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게 올 추석 연휴가 될진 몰랐다.


갑자기 무슨 삘을 받은 건지.. 누나의 멕시코 방문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단 한 가지 걸리는 것은 내가 현 회사에 입사한 지 3개월밖에 안된 시점이라는 것


직장 상사분들이나 주변 동료분들이 하나 같이 '가족이 오는 건 반가운 일인데~ 아직 입사한지도 얼마 안 되었고 자리도 못 잡은 상태에서 오는 게 좀 그렇겠다.'라는 얘기를 해주셨다.


나도 방대한 업무 범위와 업무 복잡성에 휘청거리고 있기에 그 얘기들이 한편으로는 공감이 되고 조금 우려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조심스레 1년 만근 전에 사용할 수 있는 연차 2일 중 1일에 대한 사용 여부를 차장님께 여쭤보았지만, 돌아온 건 더 잘하라는 꾸중..

그렇게 낮에는 누나 혼자 여행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2022년 9월 9일 금요일

여느 때와 같이 밤 9시에 퇴근을 해 집에 가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누나를 마중하러 공항에 갔다. 간이침대를 만드는데 시간을 뺏기고, 공항 출구를 잘못 찾은 탓에, 입국장을 나오며 마중 나와있을 나를 카메라로 찍으려던 누나의 기대는 파사삭 사라져 버렸다.


가까이 살면 안 싸우는 시기가 없지만 1년 동안 멀리 떨어져 있다가 만나니 반갑더라. 무엇보다 아는 스페인어가 Hola 밖에 없는 사람이 나를 보려고 캐나다를 경유해서 왔다는 것도 대단하고.


낮에 같이 돌아다녀주지 못해 걱정되고 불편했는데 기대 이상을 혼자 너무 잘 돌아다녀서 놀랐고, 불편한 간이침대에서 잘 지내줘서 다행이다.


다사다난했던 친누나의 1주일 멕시코 여행이 끝난 지 벌써 3주, 역시나 끝에는 서로가 안 맞는 부분 때문에 다투곤 했지만 여치저차 잘 보낸 것 같다.


칸쿤 같은 곳이 가서 5성급 호텔에도 묵어보고, 그렇게 좋은 곳에 가니 호텔을 예약해주신 한국에 있는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나더라.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지만 젊은 누나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이렇게 위험한데 영어도 못하시는 분들을 자유여행으로는 절대 이 험난한 멕시코를 오게 못할 것 같다. 아마 모신다면 패키지여행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


멕시코에서 일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2년 반 만에 한국에 갔던 누나가 있었는데, 그 누나는 마지막 3주 정도 되는  즈음에는 가족과 다시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ㅋㅋㅋㅋ

나도 이번에 친누나와 여행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은 다시 느꼈지만 한국에 가더라도 가족과 너무 오래는 같이 있지 말아야지 ㅎㅎ


현재 목표는 내년 꽃 피는 봄에 한국에 방문하는 것

보고 싶다

친구들, 가족, 그리고 교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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