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내 보증금
몬테레이에서 렌트비가 비싸다고 소문난 멕시코 시티로 이직한 후 거처를 정해야 할 때 페이스북 마켓에서 괜찮은 방을 봤다. 그 방은 Wellcome이라는 에이전시 회사가 각각의 사람에게 렌트하고 있었고, 나는 방을 보고 바로 보증금을 송금해 5개 중 하나를 렌트했다. 후회하고 있는 선택이다.
처음 방을 방문했을 때는 크기도 괜찮아 바로 계약을 진행했는데, 이사하고 보니 바로 옆이 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가는 대로변이었다. 이 방에선 이어폰이 없이 유튜브영상을 보는 것이 불편했고, 잠귀가 밝은 나에게 시끄러운 상황에도 잠에 들 수 있는 능력을 선물해 주었다.
부엌과 화장실 같은 공동이용시설도 불만족스러웠는데, 부엌 같은 경우 파스타를 해 먹을 수 있는 크기의 성한 팬이 하나도 없어 손잡이가 부러진 프라이팬에 파스타를 해 먹는 기술을 연마했으며, 오래되고 청소하지 않으면 가끔 벌레가 나오는 화장실을 3명이서 공동으로 사용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워 나는 이사를 결심했고 계약보다 1주일 먼저 나왔다. 계약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을 시 1달 안에 보증금을 돌려주게 되어있었는데, 에이전시는 2달 후 낸 보증금에서 반을 깎겠다고 통보해 왔다. 내가 낸 보증금은 8천 페소(50만 원 정도)였다.
에이전시가 말한 이유는 첫째, 퇴실하기 1달 전에 퇴실 통지 하지 않았고, 둘째, 커튼이 손상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퇴실 통지 같은 경우엔 월세를 다 낸 상태에서 1주일 먼저 나간 것인데, 퇴실한 날짜를 기준으로 1달 전이 아니라는 트집을 잡은 것이고, 커튼 같은 경우 퇴실 1주 전에 수리 요청을 했지만 수리 기사가 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언쟁으로 에이전시는 한 달의 시간을 끌었고 나는 그냥 지칠 대로 질려 반만 받겠다고 얼른 입금해 달라고 했다. 문제는 그 절반에 대한 보증금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에이전시는 나에게 돌려줄 보증금 금액이 없어 계속 연락을 안 받고 지연시켰던 걸로 보인다.
최종으로 나에게 돈을 돌려줄 담당자는 ‘내가 2월 1일에 회사에서 받을 펀드가 있는데 그게 들아오면 입금해 줄게’라고 했다. (이 말은 내 돈을 지가 썼다는 거 아닌가 ㅋ)
그렇게 5개월이 지나 절반의 보증금을 받나 했는데 당일이 되니 ‘미안 회사에서 너한테 줄 4천 페소에 못 미치는 2천 페소밖에 안 들어왔어, 2천 미리 입금해 주고 나머지는 회사에 말해서 빨리 받아 볼게‘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다…
(나머지 2천은 언제 입금해 줄 거냐고 물어보니 또 답장이 없다)
그렇게 현재 절반의 절반 보증금만 받은 상태에서 나머지의 절반의 절반을 기다리는 중이다. 아마 이 에이전시는 나 같은 입주자에게 어떻게든 보증금 깎고 안 돌려주려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아마 내가 연락을 안 했으면 꿀꺽 했겠지). 그리고 확실한 건 분명히 망할 회사다.
멕시코에 살면 이런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 외국인으로서 법의 보호를 못 받는 느낌은 당연하고,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흔하디 흔하다. 다행히 지금 살고 있는 방은 집주인과 보증금에 대해 마지막 월세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계약서를 작성해서 보증금 뜯길 걱정은 덜해서 크게 걱정은 안 되기는 하지만, 언제나 긴장하고 내가 먼저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멕시코에서 살아남기 D+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