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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dam Mar 28. 2023

파라시오스의 커튼

굳이 작품 속에 커튼을 그린 이유는?

Adriaen van der Spelt’s ‘Still Life with Flowers’, 1658


이 작품은 1658년에 아드리안 반 데르 스펠트의 '커튼이 있는 정물'이란 작품입니다.

작품을 보면 좀 궁금한 질문이 떠오릅니다. 화려하고 예쁜 꽃이 있는 정물이 너무나도 선명하고 예쁜데  굳이 왜 오른쪽에 보색대비의 강렬한 하늘빛의 커튼을 쳐서 어여쁜 정물을 가리고 있는 것일까?라고 말이죠~

이 작품은 일명 '파라시우스의 커튼'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요~

그럼 여기서 제욱시스와 파라시오스의 일화를 설명드리면 왜 커튼을 정물화 한쪽에 배치한 것인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제욱시스의 포도 그림



어느 날 당대의 라이벌이었던 두 화가 제욱시스와 파라시오스는 누가 더 그림을 잘 그리는가를 놓고 경쟁하게 됩니다. 제욱시스는 자신이 그린 포도나무를 보여주었는데 한 마리의 새가 그림에 날아와 부딪히게 됩니다. 파라시오스는 의기양양한 제욱시스를 데리고 본인이 그린 그림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되고 제욱시스는 천으로 덮인 파라시오스의 그림을 보기 위해서 그 천을 걷어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천이 파라시오스의 그림이었던 것이죠.  


제욱시스의 그림은 새를 속였지만 파라시오스는 새를 속인 화가의 눈을 속인 셈이 된 것입니다.

결국  파라시오스의 승리로 끝난 이 일화는 결국 파라시오스의 그림이 현실을 더 잘 재현한 것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힐텐스페어거, 〈제욱시스와 파라시오 그〉 Zeuxis and Parrhasios, 출처: 네이버


결국 파라시오스의 승리로 끝난 이들의 경쟁은 추후 많은 화가들로 하여금 자신의 작품이 그만큼 잘 그린 작품임을 강조하기 위해 파라시오스의 커튼처럼 일부터 작품 왼쪽이나 오른쪽에 커튼을 그려 넣곤 했습니다.


그런 화가들 중에서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들은 총 30여 점 되는 소수의 작품과 그의 개인적인 일상이 별로 오픈되지 않았다는 신비주의 (?) 때문에 2023년 지금도 유럽 각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시를 열기만 하면 미술 애호가들의 주목을 한눈에 받고 있습니다.



The Allegory of Faith  (1670–1672), MMOA,  in New York


이 작품은 베르메르가 주변의 가톨릭을 믿고 있는 지인들의 주문을 받고 그린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십자기 책형을 나타내고 있는 전통적인 형태의 예수 그리스도의 그림이 벽면에 걸려있고 테이블에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이브가 먹다 뱉은 인간의 원죄를 표현하는 사과와 선이 악을 반드시 이긴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피를 토하고 죽은 뱀의 모습도 이를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작품 속 여인이 발로 밟고 있는 지구본은 세상의 모든 관심사를 이기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천장에 달린 유리구는 진리로 상징되는 정의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Girl Reading a Letter at an Open Window,1657-1659,  Dresden State Art Museums



2017년도에 복원된 작품 (벽면에 큐피드가 보임)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고 있는 이 작품은 베르메르의 초기 작품입니다.


총 11명의 자녀를 둔 베르메르의 집은 이렇게 조용히 창가의 햇살을 받으며 한가롭게 편지를 읽을 수 있는 시간은 부족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상상을 통해 이 작품을 그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작품 오른쪽 상단에는 이 작품에는 아무것도 없는 벽면으로 보이지만 2017년 복원을 통해 벽면 속에 원래 그려져있던 큐피드를 오픈하게 됩니다. 이것으로 소녀가 읽고 있는 편지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연애편지라는 것이 밝혀지게 된 것이지요~ 


이 작품도 오른쪽에 파라시오스의 커튼을 그려줌으로써 자신의 상상으로 그렸지만 사실주의를 표현한 것임을 커튼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Lady Writing a Letter with her Maid,  1670-1671, National Gallery of Ireland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자신의 주인이 편지를 다 쓰기만 기다리는 하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편지를 쓰고 있는 여인의 옷 중에서 상의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된 게 보입니다. 이는 편지를 쓰는 여인의 복잡한 심정을 묘사하고 있으며 책상 밑에 떨어져 있는 쓰다가 버린 편지 종이는 그녀의 복잡한 마음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의 마음은 어떤 상태일까요?


그 비밀은 벽에 걸려있는 작품이 대신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낳자마자 버려진 모세가 이집트 파라오에게 입양되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편지를 쓰고 있는 여인의 상태를 짐작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미스터리로 가득 찬 이 그림도 왼쪽에 커튼을 그려 사실주의를 좀 더 강조하여 이 작품이 당시 네덜란드에서 자주 있었던 일이었음을 상징적으로 암시하고 있습니다.


The Art of Painting, 1666–1668, Kunsthistorisches Museum


마지막으로 커튼을 주제로 한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베르메르의 작품들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소개할까 합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30여 편의 작품 중 사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북부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진주 귀걸이를 한 여인'이긴 합니다만 베르메르 본인도 죽기 전까지 얼마 위 작품을 팔지 않고 끝까지 소장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만큼 화가 본인도 애정 했던 작품이란 뜻이겠지요? 

렘브란트와 비슷한 시대의 화가이지만 자신의 자화상을 거의 그리지 않았던 베르메르는 이 작품을 통해 비록 뒷모습이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값비싼 옷과 신발을 착용하고 있고 물감이 있는 화실 바닥이 무려 대리석입니다.


또한 역사와 영웅시를 관장했던 뮤즈 클레오(클리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그는 그녀의 월계관을 그리느라 몹시 분주해 보입니다.


클리오가 쓰고 있는 월계관은 명예와 영생을 의미하고 화가 베르메르 또한 평생 그것들을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1675년 짧은 생을 마치게 되고 그의 가족은 막대한 빚을 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끝까지 팔지 않고 간직했던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오늘은 서양미술에서 종종 나타나는 작품 속 '커튼'이 가진 의미를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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