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늬의 삶 Sanii Life Apr 02. 2024

거대 도마뱀이 엉금엉금

태국 방콕 가족여행 2일차 (1) : 방콕왕궁, 노스이스트, 룸피니공원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카메라랑 핸드폰을 두 손으로 들어올리는 엄마랑 아빠를 보고 행복했다. 여행 잘 왔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숙소에서 조식을 먹기엔 너무 가성비 떨어져 보이고 시간도 애매해서 근처 세븐일레븐에 방문해서 간식거리를 샀다. 엄마랑 아빠한테는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도록 각자 몇백 바트씩 건네준 상태였다.



1월에 여행 왔을 때는 이쪽 길이 아니라 저어쪽 길에서 걸어왔던 듯하다. 이번 여행은 7개월 전 나의 발자취를 베이스로 엄마아빠와의 추억을 그 위에 겹쳤다.


맛이 없지는 않았는데 또 먹고 싶지도 않던 주전부리
음료는 좋아요
초콜렛 나쁘지 않아요


방콕왕궁 티켓을 구입하는 동안 엄마아빠보고 벤치에 앉아있으라 했는데 말을 들어주지를 않는다. 힘들지 않다면서 서있는 두 분한테 티켓을 나눠준 다음에야 벤치에 끌고 가 앉힐 수 있었다. 쉬면서 간식거리를 좀 주워먹다가 방콩왕궁으로 입장했다.


내가 먼저 저 자세를 따라했더니 아빠도 외국인들도 그 다음에 같은 자세로 찰칵


7개월 전에도 이날도 방콕왕궁을 구경하는 동안 중간에 비가 왔고, 그때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비를 피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빨린 기를 좀 충전한 뒤 7개월 전과 똑같은 코스로 방문한 왕궁 내 박물관이다. 나는 역시나 엄청 빨리 둘러보고 나왔는데 아빠가 한참 뒤에 나와서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


대충 구경해서 몰랐는데 알고 보니까 전시관이 2층까지 있었다. 두 번이나 갔는데 절반만 둘러본 거라니, 하하. 하지만 후회는 없다.



방콕왕궁에서 나오면서 첫 그랩 택시를 잡았다. 엄마아빠랑 다니는 여행이니까 걷기보다는 그랩을 많이 이용하자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나는 내가 언제 예민한지 대체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랩 잡을 때는 집중해야 하니 모두가 행복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말 시키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는데 엄마도 아빠도 잘 지켜줬다. 엄마는 나랑 한 번 여행한 적이 있어서 내가 어느 때 민감해지는지 알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맛집 노스이스트


노스이스트는 지금 생각해도 만족스러운 방콕 맛집이다. 우선 수박주스인 땡모반 잔이 무척 크다. 술 좋아하는 아빠는 맥주를 시켜줬는데, 땡모반 비쥬얼 때문일까?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맥주보다 음료를 마셔야겠다고 했다.



새우볶음밥과 똠얌꿍이다. 무난하게 맛있다. 아직도 치앙마이 로컬 맛집에서 먹었던 첫 똠얌꿍을 잊지 못하고 있다.



닭날개볶음은 아빠도 나도 맛있게 먹었다. 여행 다녀오고 나서 몇 달이 지난 뒤 아빠가 이걸 먹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의 다른 도시에 드라이브 갔을 때는 '주변에 태국 음식점이 없을까.'라고도 했다. 이번 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남긴 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노스이스트에서 주문한 메뉴 중 가장 별로였다. 기본 모닝글로리다. 빠이에서 먹었던 모닝글로리는 삼삼하면서도 감질맛 났는데, 이 모닝글로리는 아무 맛도 없었다.


무난했던 굴전 아래에 숙주가 많다


내가 참 좋아하는 뿌빳퐁커리! 맛있고, 너무 맛있다. 완전히 밥도둑이라서 새우볶음밥을 하나 더 시켜먹었다. 밥에 쓱싹 비벼먹으면 진짜로 천국이다.



연한 맥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싱하는 역시나 별로였다. 태국 맥주는 창이 가장 취향이다. 그래도 대낮에 한 잔씩 하니까 평화롭고 즐거웠다.



세 명이서 음식과 음료를 총 아홉 개 시켜먹었다. 주문할 때 메뉴를 끊임 없이 읊어서 직원이 웃을 정도였는데 그래봤자 한화로 4만 원이 안 된다니 놀랍다. 엄청난 가성비다.


걸어서 바로 건너편의 룸피니 공원으로


드디어 봤다. 방콕 룸피니공원에 온 목적, 대왕 도마뱀! 이 귀여운 녀석을 마침내 만났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실제로 보니 꽤 커서 공룡의 후예가 아닐까 싶었고, 사람들이 있어도 모습을 자주 드러내서 세 마리 이상은 본 듯하다. 공원이지만 초록색을 구경하기보다 더위를 이겨내는 호기심으로 얘네를 쫓아다니면서 사진 찍기 바빴다.

매거진의 이전글 6개월만에 결국 다시 찾은 방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