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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늬의 삶 Sanii Life Jul 19. 2024

달랏 카페 두 곳에 들렀는데

베트남 보름살기 15 : #빅씨마트 #쑤안흐엉호수


구름! 하늘! 호수! 오토바이! 여기는 미세먼지 없는 베트남! 시원한 여름인 2월의 달랏! 느낌표를 끊임없이 남발하게 되는 날씨다. 빗방울과 흐린 하늘이 떠나가자 청명함만 남았다. 한껏 상쾌해진 기분으로 호수를 향해 걸었다.



걷는 중에 오늘도 오토바이 남성 운전자에게서 어제랑 같은 일을 겪었다. 길을 건너는데 저 멀리서 베트남 남자가 일정한 속도로 오다가 나랑 눈을 마주치더니 갑자기 부릉! 하면서 오토바이 속도를 올렸다. 한국에서도 고등학생 때 이상한 할아버지가 내쪽으로 일부러 다가오면서 "왁!" 소리친 적이 있고, 호주에서도 백인 남자가 앞의 백인 노부부는 그냥 넘기고 뒤에 있는 나한테만 자전거 타고 지나가면서 "왁!"한 적이 있어서 인간말종들이 애쓴다 싶어서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런 행동 자체가 문제고 오토바이로 저러는 건 사람 목숨 갖고 위협하는 거니까 순간적으로 더욱 기막히기는 했다.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 딱 두 번 화났는데 둘 다 남성 운전자 때문이었다. 반면에 나중 빅씨마트에서 쑤언흐엉 호수로 건널 때는 길다란 횡단보도 가운데에 사람이 멈춰설 곳이 있었고, 건너다가 신호가 빨간불로 바뀔 것 같아서 중간에 가서 섰는데 그동안 여자 운전자분이 차를 몰고 속도를 천천히 해서 다가와주셨다. 감사했다.


선착장?


그리고 오늘도 그랩이 아닌 일반 바이크 할아버지가 지나가면서 베트남어로 말 걸어서 고개를 저어야 했다. 그랩이 아니어도 이런 식으로 택시 영업이 가능한 건가? 왜 자꾸 말을 걸지? 아무튼 좋은 기분을 인간말종 때문에 망칠 수는 없으니 강한 햇볕을 피해서 빅씨마트로 숨 쉬러 갔다. 미지근해도 에어컨이 있고 마트 화장실이 깔끔한 편이라 좋았다.



비나밀크랑 달랏밀크를 손에 달랑거리고 들고 있던 중, 줄 앞에 선 베트남 가족이 대량의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놓는 중이었다. 갑자기 캐셔 남직원 둘이서 나를 보며 서로에게 뭐라고 속삭이며 웃었다. 그러고는 나한테 물건을 주라고 눈짓하더니 나부터 계산해주었다. 작은 물건들이라 빠르게 먼저 끝내주었나보다.


캐셔분들의 사소한 친절에 고마웠고 효율성에 마음이 탁 트였다. 총 가격은 16,800동 나왔는데 작은 자폐가 16,000동밖에 없는 걸 보더니 됐다고 800동 안 받고 "땡큐."라고 하기까지 했다. 나는 베트남어로 감사합니다를 뜻하는 "깜언."을 말했고, 달랏은 기분 나빠지기 쉽지 않은 도시일 것 같다고 생각하며 빅씨마트를 나섰다.



비나밀크를 나중에 뜯었어야 했는데 맛 보고 싶어서 생각없이 뜯었다가 줄줄 흘렸다. 한국에서 가져온 물티슈가 꽤 많이 남았었는데 여기서 흘린 거 닦느라 다 썼다. 몇 방울밖에 못 먹었는데 진한 우유맛이었다. 달랏밀크는 그냥 우유맛이다. 대신 먹고 나서 입안에 잔여물이 남지 않아 깔끔했다.



빅씨마트 나와서 건너편 쑤언흐엉호수 벤치에 앉아있는 중이다. 햇볕에 살이 익을 것 같았으나 그늘은 시원했다. 하늘과 구름이 정말 와우,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다. 초록색에 물이라니 완전히 좋아하는 풍경이라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늘에 있으니까 너무 좋다. 어디 가기 싫고 여기에만 있고 싶었다. 달랏은 숙소를 시내랑 멀리 잡아놓았더니 시내에 나와서 오랜 시간 동안 딱히 할 게 없다. 나트랑에서는 중간중간에 숙소 들어가서 쉬고 그랬는데 달랏은 그럴 수가 없으니 호수나 실컷 봐야겠다.



가만히 앉아있었는데 지나가던 베트남 상인분께 선글라스랑 삼각대 영업을 당했다. 고개 저으니까 그냥 가셨다. 위 사진을 찍을 때는 내 뒤에 음식 파는 아주머니가 와서 앉으셨는데 베트남어로 뭐라 뭐라 영업 하셔서 배부르단 시늉을 했다. 그분은 고개를 끄덕이셨고 그 다음에는 눈을 마주치며 같이 웃었다.


달랏이 아기자기하구나를 느낀 지점
달랏야시장 끝지점이던 롯데리아가 보인다


초록, 파랑, 하늘, 분홍, 보라 등 모든 색이 선명하고 색감이 예뻐 그림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달랏의 수언흐엉 호수에는 낚시하는 사람이 많다. 멀리서 봤는데 현지인 남성분이 펄떡펄떡 뛰는 큰 생선을 낚기도 했다.


달랏에서 본 제일 싱싱한 꽃
주먹만한 아기 강아지 두 마리


수분 보충하려고 the original이라는 달랏 카페에 들렀다. 망고스무디를 먹었는데 달지도 새콤하지도 않았다. 주문받자마자 냉장고를 열던데, 아마도 망고 향 나는 냉동망고를 갈아서 준 느낌이었다. 망고가 나지 않는 한국도 이런 망고스무디는 안 만들 것 같아서 아쉬웠다.


고양이
테이크아웃


여기는 달랏대학교 오거리에 위치한 Anh EM 카페다. 우유 먹어서 그런가 배가 살살 아프길래 카페인 것만 확인하고 급하게 들어온 곳이다. 화장실은 3층에 있는데 조금 개방돼있어서 당황했다. 카페의 1, 3층에는 테라스가 있고 2층은 그냥 통유리였던 듯하다.


3층 뷰 좋다. 아까 그 카페와 똑같이 망고스무디를 시켰는데 독특하게 휘핑크림을 올려주었다. 망고는 새콤했고 휘핑크림이 단맛을 내줬다. 여기가 앞전의 카페보다 훨씬 나았다. 둘 다 가격은 35,000동이다. 별도로 나오는 물이 향기롭고 따뜻해서 맛있었다.


무질서 속의 질서 베트남 도로의 흔한 풍경
괜찮았던 달랏 카페 Anh EM


3일 전 나트랑에서, 달러를 환전했던 금액이 남은 여행기간 동안 확실히 모자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출금을 더 했었는데 오늘은 아래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VP BANK ATM기에 들렀다. 베트남 ATM 기계는 금액 누르면 취소 못하고 바로 출금되는 듯하다.


‘여행에는 웬만하면 아끼는 거 아니다. 돈은 다시 벌면 된다. 나는 나중에 억만장자일 테니까 지금 이 정도 돈 더 쓰는 거 별 거 아니다. 현재로도 한국 가면 고작 약간 비싼 밥 한 끼 값이다. 일상생활도 아니고 여행 온 건데 돈 계산 하면서 피곤하게 다니느니 차라리 풍족하게 출금했다가 남기는 게 낫다.’


감격적인 분홍 구름


날씨가 너무 좋고, 이제는 인도가 잘 돼있는 거리에 들어섰고, 풍경도 좋다. 구글지도에 의지해서 몇 번 다녀본 골목을 피해 일부러 낯선 길로 갔다. 한 골목 차이였지만 분위기가 달라서 즐거웠다. 역시 여행은 이런 재미다. 오늘처럼 많이 걷고 모르는 길에도 도전해봐야 여행하는 기분이 난다.



한적해서 좋은 장소였다. 근데 구글맵 상으로는 숙소로 통하는 길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임시 벽을 만들어서 길을 막아놓은 상태라 막다른 건물에 도착했다. 여행객의 패기로 거기서 일하던 베트남 남자 둘한테 인사하고 길을 물어봤다.


인상이 좀 험악했는데 여행객이라고 생각해서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둘 중 한 남자는 굳이 내 앞에서 약간 인상 쓰면서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는데, 허세는 있었어도 다행히 헤어질 때는 웃으면서 인사했다. 좋은 건 좋은 거라 별 일 없었으니 됐다.


숙소 가기 직전
위쪽에 콕 하고 박힌 별 하나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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