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섬세한 고급 언어, '감정'

✦7. 기억의 장면 | 강의실 편

by 하선영

2학기 두 번째 주 수업시간 강의실


'교수님'이라는 호칭이 내 이름처럼 불릴수록, 어깨는 무거워졌고, 말은 정답에만 가까워졌다. 나는 점점 '입는 기분'을 잃어갔다. 감정은 굳고, 표정은 단단해졌다. 내 안의 온도는 낮아졌고, 나는 '괜찮은 이미지를 가진 교수님'을 유지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2주 차 어느 날, 수업도중 쉬는 시간.

한 학생이 가방을 싸들고 내 눈앞에서 조용히 교실을 나가려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출석부를 책상 위에 내리쳤다.


"이유 없이 조퇴는 안 돼."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왔을 때, 내가 얼마나 연출된 장면을 만들고 있었는지 느꼈다. 그 학생이 아팠을 수도,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저 '이 연결이 끊기는 것'이 싫었다. 그 순간, 나는 감정으로 수업하고 있었던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확인했다.


내용보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을 어떻게 공유하는가였으니까.


그 일이 있고 나서, 한 학생이 나에게 말했다. "교수님, 오늘 수업은 내용보다 감정이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감이 오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 말이 가슴을 때렸다.


심장이 뜨거워졌다.





'정서의 온도'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날 나는 그것으로 강의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부터 나는 다시 감정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슬라이드의 색감, 목소리의 리듬, 단어 사이의 여백, 마무리 멘트에서 학생들 모두를 하나로 연결하는 언어들. 모든 건 감정의 구조였다. 그 자체가 내 교육 방식이었다.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점차 변했다. 그들도 말이 아닌 리듬으로 반응했고, 표정이 아닌 태도로 마음을 전했다. 나는 느꼈다. 이건 수업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 교환이었다.


브랜딩은 이미지가 아니다. 내 감정의 밀도를 읽고, 정제해 다시 말과 리듬으로 환원해 내는 힘.


감정이 고요하게 살아있는 사람이 가장 강력한 브랜드가 된다. 그리고 나는 매주, 그 감정을 입고 강의실에 들어갔다.


Prompt : A wide angle technicolor 1950 abstract surreal image of a big arch made of fig trees, lemon trees, almond trees, a yellow road goes to a pastel green sea, pastel blue sky, yellow sun, Mediterranean , dslr, depth of 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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