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배달하는 요즘이다. 가을을 받아 들고 느끼려 하면, 아쉬움이 남은 여름이 다시 오기도 한다.
긴 연휴 덕분에 긴 피곤을 느끼고 있다.
- 아내 : 여보,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게, 어른으로 해야 할 도리가, 책임들이 많아진다는 거야.
- 남편 : 우리가 받은 거 돌려드리는 거지.
- 아내 : 그렇게, 나이가 들수록, 진지해지다가 진중해지다가 심각해지는 거 같아.(김창옥 님의 말 인용)
연휴 전날, 시험을 핑계로 집에 머무를 아이들을 위해 먹을거리, 빨래 등 집안일을 해 놓았다.
연휴 첫날, 차량 정체를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시댁에 도착했다. 오후 내내 전을 부치고, 장을 보러 다녀온 후 혼수상태로 밤 10시가 되자마자 잠이 들었다.
추석날엔 밥 먹고 설거지하면 다음 끼니를 준비하는 게 일상이지만, 커피 마시러 마실도 다녀오고, 산책도 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교통정체가 해소될 시간을 맞춰 집으로 돌아왔다.
추석 다음날, 오전에 간단히 집안일을 본 다음 친정으로 출발했다. 혼자 계신 엄마의 집안일을 돌보고, 엄마 식사를 준비하고, 목욕시켜 드리고, 간식거리를 정리하고 하니 다음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아쉬움이 남은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집에 왔다.
시간 참 빠르다. 5일간의 일정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오랜만에 아들과 저녁을 먹으며, 추석음식을 맛보게 했다.
- 남편 : 엄마가 너 추석음식 못 먹는다고 엄청 안타까워했어.
- 아들 : 꼭 그런 것들에 의미를 둬야 되나요?
- 아내 : (아휴... 이 자식이...)
그런 시기가 왔다보다. 추석에 진심이었던 부모님 세대가 저물고, 전통과 합리성(?) 사이를 지나는 나의 세대, 추석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명절을 어떻게 보낼까?
아마도,
부모님이 떠나신 후에는,
간단히 장을 봐,
간단하게 상을 준비해,
간단한 한 끼를 가족과 함께 나누는 것으로,
간단히 추석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양가 부모님에 대한 감사를 돌려드리고 돌아오니, 집 냉장고가 비어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아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정리하고 나니,
밀린 빨래와 청소가 나를 기다린다. 풋.
진심으로 몸이 고단하다.
허리도, 어깨도, 다리도 그리고 마음까지도.
그럼에도,
추석이 있기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 아닐까?
전통이라는 것이 경직되면 고루하나,
유연하면 미풍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볼 때마다 연로해지시는 부모님 얼굴에
만감이 교차하는 추석이다.
감사함과 짠 한 그 마음을
어찌 언어로 다 드러낼 수 있을까?
아들 녀석도,
언젠가 내 맘을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