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울라 Nov 11. 2022

그루밍

머리 안 감은 날에는 해주지도 않음






베리가 유일하게 그루밍해주는 생명은 나 하나란 것에 꽤 뿌듯함을 느끼며 산다

베리는 자기 최애한테만 그루밍해주는 게 분명하다

그루밍 상대는 엄마인 나와, 잘 사용하지 않는 이동가방 이 둘뿐이다!

아침마다 저 이동가방은 베리에게 그루밍을 받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베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방 입구를 한동안 핥아주는걸

자기의 루틴에 포함시켰다

몇 번이고 이유를 찾아보려고 직접 냄새도 맡아보고 촉감도 만져보고 했지만

저 가방이 베리에게 총애를 받는 이유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너무도 귀여운 루틴이라 베리가 편안해하는 자리 옆에 잘 놔두었다.



나는 머리만 잘 감으면 이제는 언제든지 그루밍을 받는다

저 가방은 하루 중 아침에만 그루밍을 받지만 나는 하루에 베리 공주님 기분 좋을 때면

언제든지 그루밍을 받기 때문에 항상 준비된 마음으로 머리를 잘 감아야 한다,

머리 안 감고 있으면 그루밍을 안 해주기 때문에 부지런히 머리 감고 그루밍을 기다린다.



베리가 그루밍을 하면 고맙다,

고양이들의 그루밍은 편하고 믿을 수 있는 공간에서만 한다고 하는데

그루밍 자체로도 체력 소모가 많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프고 힘이 없는 고양이들은 그루밍을 잘하지 않는다고 한다.



집을 편안해하는 베리가,

온통 다 믿을 것뿐인 공간에서

자기 몸 구석구석 그루밍하고도 힘이 남아

나를 그루밍해주는 것에서

건강한 베리를 확인할 수 있어서

고맙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를 잊고 있었다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