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안 감은 날에는 해주지도 않음
베리가 유일하게 그루밍해주는 생명은 나 하나란 것에 꽤 뿌듯함을 느끼며 산다
베리는 자기 최애한테만 그루밍해주는 게 분명하다
그루밍 상대는 엄마인 나와, 잘 사용하지 않는 이동가방 이 둘뿐이다!
아침마다 저 이동가방은 베리에게 그루밍을 받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베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방 입구를 한동안 핥아주는걸
자기의 루틴에 포함시켰다
몇 번이고 이유를 찾아보려고 직접 냄새도 맡아보고 촉감도 만져보고 했지만
저 가방이 베리에게 총애를 받는 이유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너무도 귀여운 루틴이라 베리가 편안해하는 자리 옆에 잘 놔두었다.
나는 머리만 잘 감으면 이제는 언제든지 그루밍을 받는다
저 가방은 하루 중 아침에만 그루밍을 받지만 나는 하루에 베리 공주님 기분 좋을 때면
언제든지 그루밍을 받기 때문에 항상 준비된 마음으로 머리를 잘 감아야 한다,
머리 안 감고 있으면 그루밍을 안 해주기 때문에 부지런히 머리 감고 그루밍을 기다린다.
베리가 그루밍을 하면 고맙다,
고양이들의 그루밍은 편하고 믿을 수 있는 공간에서만 한다고 하는데
그루밍 자체로도 체력 소모가 많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프고 힘이 없는 고양이들은 그루밍을 잘하지 않는다고 한다.
집을 편안해하는 베리가,
온통 다 믿을 것뿐인 공간에서
자기 몸 구석구석 그루밍하고도 힘이 남아
나를 그루밍해주는 것에서
건강한 베리를 확인할 수 있어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