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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돌 기자 Mar 13. 2022

술을 못 마시는데 사회생활 어떻게 하죠?

사회초년생 알쓰들의 고민

"술을 못 마시는데 사회생활 어떻게 하죠?"

아마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은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원래 튼튼한 간을 가지고 태어난 '간수저'들은 평생 알 수 없는 알쓰들의 고민.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평생 못 따라간다고 하지 않던가.

얼마전 후배 기자들과 밥을 먹으면서 "술을 못 마시는 데 어떻게 하면 되냐"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을 듣는 순간, 드디어 기다리던 질문이 왔다 싶었다. 내가 신입 기자 시절 숱하게 고민하고 많은 선배에게 묻고 인터넷에 검색했던,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했던 질문을 드디어 후배에게 들은 것이다. 나 말고 다른 선배 기자들은 신입 기자의 질문에 한참 고민하는듯 쉽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이 '선배'와 '꼰대'를 가릴 수도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신중했을 것이다.


"일단 첫잔은 그냥 마시자"

알쓰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답이겠지만, 그날 결론은 그냥 마시자였다. 우선 첫잔은 그냥 마시는 모습만 보여줘도 점수를 딴다는 것이었다. 첫잔부터 빼는 모습을 보여주면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신입 때 초반에는 업무로 커다란 평가를 받진 않는다. 인사나 태도, 예의 등 비정량적인 요소가 회사생활에 조금 더 주요한 영향을 끼친다. 업무는 배우면 되기 때문이다. "일단 그냥 마시자"는 의견을 낸 기자들은 이 뒤를 이어 "그래도 요즘은 나아졌고..." "마신 다음에 적당히 알아서..." 등의 말을 덧붙였지만, 갓 입사한 신입 기자에겐 큰 도움이 안 되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술은 마셔야 한다는 결론이기에.

나 역시 신입 기자 시절 술 때문에 고생을 호되게 했었다. 코로나19도 아니었고, 천천히 변하곤 있었지만 회사에는 술을 좋아하는 선배들이 많았다. 그리고 술 못 마시는 내가 냉큼 받아 마시면, 그걸 좋게 봐주는 선배들이 대부분이었다. 신입 때는 그런 "잘한다 잘한다"가 왜 이렇게 갈급하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너무 술을 빼다가 얌체라는 소리도 듣고, 내가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으면 안 믿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술로 고군분투한 사회생활은 그랬다.


"술을 못 마시면 술 자리를 지켜"

종편 인턴기자 시절에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자 선배를 만났다. 그 선배는 소주 반병도 못 마시고, 회식을 하면 인도 커리집에서 여는 선배였다. 그 선배에게 나도 같은 질문을 했었다. "술을 제가 못 하는데...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면 좋아요?" 그리고 그가 답했다. "술은 못 마셔도, 나는 술 자리엔 끝까지 있었어. 다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기는 거지." 다른 선배들이 그에 대해서 말하기를, 술 안 마셔도 술 자리 분위기를 잘 타는 사람, 그리고 끝내주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술은 못 마시지만 사람과 어울리는데 유별난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아마 술을 잘 마시는 사람들은 한 번도 술 자리에서 내가 술을 못 마시면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단 한번도. 숱한 알쓰들은, 지금도 고민에 빠져 있느라 우연히 이 글을 읽었을 수도 있다. 어떻게든 자신의 길을 찾으라고 응원하고 싶다. 술을 못 마시면 다른 쪽으로 사회생활을 잘 해보고, 또 술자리를 지켜도 보고, 어떨 때는 단호하게 거절도 하면서 자신의 방법을 찾길 바란다. 여기 술 세잔 마실 줄 알면서 술 코너를 연재하는 알쓰 기자가 있지 않은가. 당신은 더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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