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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Kim Apr 26. 2016

프랑스에서의 삶이 시작되다.

중고 자전거를 사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묵었던 숙소에서 학원까지는 도보로 15분 정도 걸렸다. 하지만 이사를 하고 나니 거리는 두 배, 소요시간은 25분 정도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여름이었던 싱가포르에서 사계절이 있는 이곳으로 옮겨 오고 나니 학원가는 길에 느껴지는 아침 공기의 상쾌함과 살이 찢어지지 않을 정도의 추위가 참 좋았고, 트럭 가득 야채, 과일, 고기, 빵 등의 식료품을 가득 싣고 와 서서히 아침 장을 열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분주함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 옆엔 바퀴가 날씬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프랑스 사람들..


오기 전, 그리고 집을 구하기 전에도 우리가 고려했던 사항은 통학 거리 및 시간이 3km 정도, 그리고 도보로 30분 내의 거리로 하자는 것이었다.

둘이서 매일 왕복에 드는 교통비도 누적이 되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생각과 운동 및 건강을 위해서라도 그 정도는 걷자는 생각, 그리고 걸으며 보이는 간판의 단어들에 더 집중하여 단어 공부의 기회로 삼자라는 생각, 게다가 우리도 프랑스 사람들처럼 곧 자전거를 타고 다닐 것이기에 그 정도의 거리는 아주 적당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 자전거를 사게 되면 프랑스를 떠날 때 다시 제값을 주고 팔 수 없으니 중고 자전거를 사서 되팔고 오는 것이 합리적이고 경제적일 것이며, 우린 경비를 항상 아껴야 하기에 중고사이트를 뒤져서 한 10년은 탄 듯한 검정 자전거를 먼저 구매했다. 그리고 집 근처의 중고 가게에 진열된 역시 10년 이상되어 보이는 형광빛의 자전거와 자물쇠를 사들임으로써 프랑스 사람처럼 살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를 충족시켰다.


자전거가 대중교통을 대신 하기에 지금까지 그르노블 지역 내에서 버스, 트램을 타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대중교통으로 갈 수 없는 곳을 원하는 대로 갈 수 있고, 걷는 것보다는 행동반경이 훨씬 더 넓어졌다.

반면, 속도가 빨라지면서 어디에 어떤 상점이 있었는지 어떤 간판을 달고 있었는지 천천히 시간을 들여 보는 것이 어려워졌고 아침에 걸으며 밍키와 얘기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여전히 새로운 장소, 주변 환경을 찾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지만, 그래서 비 오는 날, 그리고 매 수요일은 우리 스스로 “걸어가는 날” 로 정해서 좀 더 일찍 일어나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고 걸어가며 멈춰가며 한 모금씩 홀짝이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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