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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Kim Jan 11. 2016

퇴사 통보 D-day 7

Do you have a minute? 을 결국 말하지 못하다

싱가포르는 직원이 퇴사를 결정하고 회사에 통보해 줘야 하는 최소 기간 (minimum notice)이 대략 한 달 정도이다. 물론 회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우리 회사 밍키네 회사 모두 한 달이다.   

단, 우리 회사의 경우 경쟁사로 이직을 하는 경우에는 24시간  노티스이다. 즉  말하자마자 “나가” 야 한다.


그리하여 나의 퇴사 예정일은 2월 29일이며, 현재 매니저에게 통보하지 않은 상태이다.


철저하게 따진다면 난 1월 30일 전에만 통보하면 되지만. 이직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매너상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1월  11일쯤, 즉 계획대로라면 오늘 말하려 했었다.


그런데 8일 금요일, 예상을 뒤엎고 우리 매니저가 이번 주 내내 출장을 간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본인 출장 가는 것을 바로 전날 이메일로 통보하는 매니저의 습성상 이를 예견할 수는 없었다.     

아뿔싸, 그렇다면 가기 전에 말을 해야 하는데.. 이미 점심시간이 지났기에 나에겐 말할 시간이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게다가 HR 부서에서 compensation, salary increasement, promotion과 관련한 미팅이 있어서 매니저도 참여하니 그럼 그 미팅이 끝나고 혼자있는 틈을 타 자연스레 말을 꺼내야 할까?

회의실 동선을 고려하며 이리저리 시나리오를 짜기 시작했다.   


HR과의 회의 중엔 마치 오래 다닐 것처럼, 마치  그만두지 않을  것처럼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질문도 했다.


예상을 깨고 우리 매니저는 HR 담당자와 회의실을 떠나지 않았고 난 그냥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퇴근까지 두 시간이 남은 상황, 오늘 따라 매니저에게 질문을 하러 가는 사람들도 많고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맥을 끊을 수도 없는 상황.   

내 자리는 매니저와 대각선 방향인지라 난 파티션 위로 목을 꺼냈다 내렸다 그렇게 두더지 게임의 두더지 마냥 한참을 두리번 댔다.   

오늘따라 왜 이리 그 자리에 가는 사람이 많은지.     

‘그래. 매니저가 담배를 피우러 가기 전에 말하자!’

결연히 의지를 다지고 사람들이 없어진 틈을 타 일어나려는 순간.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미안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랄까.   


매니저와 시니어 매니저는 나에게 몇 번이고 묻곤 했다.   


매니저: June! 너는 곧 결혼을 하게 되면 한국으로 돌아갈 거니?

남편은 한국인이니? 혹시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니?

June: 아니. 남편은 한국인이지만 싱가포르에서 일을 하고 있어. 아직은 한국에 돌아갈 계획은 없고 여기 있을 예정이야.

매니저: 그래? 그럼 다행이다. 그렇다면 내가 안심해도 될까?

오랫동안 함께 한 동료가 떠난 다는 건 회사는 물론 나에게도 엄청난 손실이야.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구나.


물론 나뿐이 아닌 모든 직원에게 그렇게 말해왔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난 계속 갈등을 했던  듯하다.    


마치   

“그래. 안정적인 월급에 휴가도 자유롭고 업무 환경도 좋고 하나도 나쁜 게 없잖아. 주변 국가 여행도 자주 다니고 날씨는 또 야외 운동 하기에 얼마나 좋니. 자주 한국에도 다녀오고 월급 모아서 유럽 여행도 가끔 가고 그렇게 살면 되잖아.” 하는 마음과..     


“그래 그만 하면 됐어. 너도 인생이 너무 단조롭다고 했잖아. 이렇게 계속 살게 될까 봐 두렵다고.. 그래도 그냥 있을래? 그리고 밍키는 벌써 사표도 냈어!” 의 마음 사이에서..


그렇게  한두 시간을  들썩들썩 빼꼼빼꼼 하다가 결국 난 그날 매니저에게  말하지 못했다.   

온갖 핑계로 혼자 두근대 하며...


그리하여, 난 아직 여전히 일주일의 여유가 있다.     

정말 정말 18일에는 꼭 말해야 한다.   


학생비자는 진즉에 나왔고,     

그리고 우린 벌써 환불 불가한 편도 비행기표도 끊었다.     


정말 정말 18일에는 심장이 터질 것 같더라도 더 이상 늦추지 말고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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